무늬만 있는 이상한 '자전거 도로'
상태바
무늬만 있는 이상한 '자전거 도로'
  • 김혜동 편집국장
  • 승인 2013.02.21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좁은 아스팔트 도로에 흰색 선 그어놓고 "자전거 타라니"
서부면 일대 자전거 도로 총체적 부실…유지·관리 '필요'


"아니, 자전거도로가 도로에 줄만 그으면 다 되는 건지, 일방통행도 아니고 양방통행으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은 이유를 모르겠네" 지난 18일 서부면 남당항 인근의 한 자전거도로. 인근 음식점에서 나오던 김모(43·남) 씨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며 전국 유명한 자전거도로 명소를 찾아다니는 취미를 갖고 있는 김모 씨는 속동전망대를 경유하는 자전거도로를 찾아 왔다가 우연찮게 이 자전거도로를 발견했다.

수룡포구에서 남당항으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 한 옆으로 자전거도로가 조성된 것은 지난 2011년 9월. 인근으로 연결되는 구간도 없이 500여 미터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구간에 약 2억2000만원이 투입돼 자전거도로가 조성 됐다. 이후 차단봉과 같은 안전장치 없이 기존 아스팔트 도로면 위에 흰색 도료로 선을 그어 놓은 그야말로 이상한 자전거 도로는 일대를 지나가는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겐 눈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남당리 주민 조모(66·여) 씨는 "자전거 타며 바닷가 경치 구경하라고 만들어놓은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자전거 타는 사람을 단 한번도 못 봤다"며, "주변에 이어지는 자전거도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만들어놨으니 누가 찾겠냐"는 것이다. 이어 조모 씨는 "자전거도로를 만들어놓고 주변에 팻말을 세우든지 인근으로 홍보를 하든지 했으면 혹시나 올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 자전거도로는 주민들이나 관광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 흰색 선도 '삐뚤빼뚤'
기존 도로에 흰색 선으로 자전거도로를 구분한 방법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적 드믄 이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평균 속도는 시속 60km 이상. 중앙선이 표시되지 않은 도로는 일반 차량 두 대가 동시에 통과하기에는 비교적 좁은 넓이로 대부분의 차량들은 반대편 차량을 피해 자전거 도로의 대부분을 침범해 달리기가 일쑤였다. 설령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전거도로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에 안전을 위협받기 십상인 구조였다.

하물며 자전거도로를 표시하는 흰색 선도 삐뚤빼뚤하게 그려져 있는데다 일부 구간은 도로의 휘어지는 정도에 따라 자전거도로의 면적이 반으로 줄어드는 등 '부실 조성'이란 오명을 벗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기존 도로 폭이 좁다보니 자전거와 자동차가 교행 하는 형태로 만들었고, 옹벽 등의 구조물을 함께 설치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2억원 가량 투입됐다"고 말했다.

한편, 일명 임해관광도로에 조성된 자전거도로 역시 마무리공사가 매끄럽게 종료되지 못한채 방치되고 있어 일대의 미관을 훼손하는 한편,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사진 오른쪽> 바닷가 바로 옆으로 조성된 자전거 도로 일부분이 해변 쪽으로 조성되는 과정에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존 농수산과에서 시행한 기존 연안정비구간과 해안자전거도로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투리 공간이 남았다고 해명했다.

홍성군은 지금까지 광천, 서부 등지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자전거도로를 조성했으며 향후 옥암지구, 내포신도시 등 관내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신설될 예정이다. 반면 기존도로의 유지관리를 위해 올 한해 배정된 예산은 모두 합쳐 2000만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