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빚는 사람들은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궁금해한다. 막걸리는 쌀, 누룩, 물을 섞어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한 후 거른 탁한 술이다. 쌀에 있는 당을 알코올로 만드는 누룩이 맛과 향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하나 쌀과 물 또한 향과 질감, 맛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3가지 요소의 배합과 발효로 빚어지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막걸리의 친구들’도 막걸리를 소개할 때 3가지 재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그중에서도 쌀을 소개할 때는 신중하게 한다. 사람들이 어떤 쌀이 좋은 쌀인지를 묻곤 하는데, 중요한 만큼 그 답을 가볍게 말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쌀이 좋은 쌀일까? 성분의 관점에서는 단백질과 지방이 없는 순수 전분으로 이뤄진 쌀, 달리 말하면 많이 깎아낸 쌀이다. 그런데 집에서 빚는 술에서까지 성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삭막하다.
‘막걸리의 친구들’이 내린 잠정적 결론은 이렇다. 좋은 쌀은 이웃 농민이 정성 들여 재배한 쌀이다. 아무래도 이런 쌀로 술을 빚을 때는 빚는 사람의 마음에도 정성이 깃들게 된다. 누가 어떻게 농사지었는지 쌀의 여정과 농민의 수고를 안다면, 빚는 손길에 정성을 더하게 된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그 맛이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해진다. ‘막걸리의 친구들’에게 술은 재료와 성분, 계량된 숫자로 환원할 수 없는 관계의 결정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막걸리의 친구들’은 최대한 얼굴을 아는 홍동 농민이 지은 유기농 쌀로 술 빚기를 소개한다. 자연의 순환 원리를 따르면서 온갖 벌레와 더불어 농사지은 쌀은 재배한 농민과 술을 빚는 사람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을 술로 연결한다. 맛은 혀끝에서만 감각되는 것이 아니라 맛에 이르게 되는 온갖 이야기를 통해 다채로워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유기농 특구인 친환경 쌀을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홍성, 특히 홍동면에서 술을 빚고 소개한다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다만 현재 막걸리 소비시장을 볼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땀 흘려 수고롭게 농사짓는 농민들이 외국산 쌀로 빚은 막걸리를 노동주로 마신다는 점이다. 판매되는 막걸리 대부분이 외국산 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들게 농사지어도 소득이 신통치 않다 보니, 국산 쌀로 빚은 막걸리는 농민들 주머니 사정상 다소 비싸다. 쌀 소비는 줄고 생산비를 고려하면 소득이 낮은 쌀농사의 악순환 속에서 농민은 국산 쌀로 빚은 막걸리를 선택하기 어렵다. 어쩌면 이제까지 마셔온 친숙함과 막걸리는 싸야 한다는 통념도 한몫할 테다.
물론 일반 대중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통념과 관성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의 하루’를 달래는 노동주로 우리 농민들이 재배한 쌀로 빚은 막걸리를 마셔보는 건 어떨까. 막걸리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농민의 친구, 농사의 친구가 되는 것 아닐까. 무엇보다 농민이 들인 사계절의 수고와 오늘 하루의 내 수고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