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 삶에서 고암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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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 삶에서 고암을 엿보다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3.10.31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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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생가기념관 11월 8일 부터 개관 2주년 기획전
홍천마을 노부부들 일상 영상·설치·사진 등으로 담아


한국 근대미술계의 거성 고암 이응노의 고향에서 그의 흔적 속에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주민들의 역사가 중계리 밤하늘을 수놓는 하나의 별이 됐다. 미술사적 유명예술가인 고암 이응노와 그의 고향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낸 기획전 '홍성답다②-홍천마을엔 별도 많고' 전시가 오는 8일부터 시작된다.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개관 2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이 위치한 홍북면 중계리 홍천마을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해 첫 기획전 '홍성답다-홍성이미지, 고암 오마주'에서는 촉망받는 신예 예술가들이 독특하게 그려낸 홍성의 여러 이미지들이 선보였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폭을 좁혀 중계리 홍천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엿봤다. 이번 전시에는 주민 인터뷰를 위한 문학전공자, 노보성 촬영감독, 유현민 사진작가, 이강욱 미술작가, 정위상무 협력큐레이터, 월간 토마토 제작팀 등이 참여해 노부부 다섯쌍의 다채로운 삶의 기록을 영상, 설치, 사진 등의 방법으로 전시공간에 풀어냈다.
"새악시 때는 피부도 뽀얗고 고운 사람이었지 이젠 피부도 많이 상하고 주름도 많아진 것 같어, 그것이 미안혀."
"키우는 소가 가끔은 자식 같기도 하고 오래 키운 소는 내다 팔 때 섭섭함도 크지."
"자식들은 알아서 잘 커줬어. 그것이 고맙고 미안해."
"마음이 예쁜 것 같았어, 함께 사는데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평생 살면서 잘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마을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었던 것을 잘한 일로 꼽는다네."

반백년의 세월을 함께 해 온 노부부 다섯 쌍의 한마디 한마디를 비롯해 부부가 끌던 리어카, 첫 아들을 장가보낼 때 찍은 가족사진, 가족의 역사를 담았던 오래된 카메라, 수없이 고친 흔적이 역력한 호미, 낫 등의 일상소품이 정교한 기획으로 전시공간을 메운다. 노부부가 홍천마을에 살며 잠언으로 간직했던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 등의 가훈을 서툰 필체로 직접 써낸 것들도 하나의 전시물이 됐다.
이번 '홍성답다' 두 번째 전시에서는 결혼, 육아, 자녀의 혼사, 농사일 등 부부의 흔적을 보여주는 일상적인 가정의 소품들을 통해 고암의 고향이자 이응노기념관이 위치한 공간인 홍천마을 주민들의 역사를 엿보고 이를 통해 과거의 '고암'과 현재의 '고암'을 자연스레 아우르는 흔치않은 기회로 다가온다.
전시를 기획한 이응노생가기념관 윤후영 큐레이터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속되는 공통의 사건과 기억, 그것에 대한 다의적이고 중층적인 접근을 통해 고암과 어르신들의 삶을 중첩시켜 바라봤다"며 "세계적 예술가의 꿈이 자란 풍토를 오늘에서 돌아보되 그 환경에 이어져 살고 있는 사람의 생활사 한편을 이끌어내 고암의 고향이자 현 주민들의 고향인 지금의 문화 풍경을 함께 전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관2주년 기획전시는 오는 8일부터 내년 3월 30일 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문의는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630-9232)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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