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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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끝 >
  • 한지윤
  • 승인 2014.05.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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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는 참 별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음식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배가 고팠던 참이라 그런지 금방 바닥이 드러나버렸다.
진영이도 국물을 후루룩 들이마시는 폼이 다 끝낸 것 같았다.
“입맛에 맞나 보구나. 더 갖다 줄까?”
일어서는 개동의 손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잡아 끌었다.
“아냐, 배불러 죽겠어. 그만둬.”
“그래. 알았어. 음식 더 안 가져 올테니 손 좀 놔줘라.”
개동이 웃으며 말하자 둘은 손을 놓았다. 주방에 들어갔던 개동은 잠시후 주스 두 잔을 들고 나왔다.
“이거 너무 진수성찬인데.”
“너, 엄마한테 혼나는 거 아니냐?”
두사람이 이를 쑤시며 말했다.
“천만에. 우리 엄만 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걸 좋아해. 엄마도 굉장히 발이 넓거든. 우리 엄만 인간적이야.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즐기며 사는게 훨씬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씀 하시지.”
진영은 몇 가지에 놀라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던 개동이의 유머 넘치는 새로운 모습에 놀랐고 요즘 세상에도 그런 부모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좋겠구나.”
“엄마도 엄마지만 아빠도 얼마나 멋쟁이인데. 하루는 아빠랑 목욕탕에 갔는데 아빠가 그러시는 거야. ‘개동아. 버릇 없는 아이가 아빠랑 목욕탕에 갔단다. 아이가 뜨거운 탕속에 안들어가려고 하니까 아버지가 먼저 들어가서는 하나도 안 뜨겁다’ 고 했대. 아이가 정말? 그러니까 아버지가 “그럼”하고 시원한 표정을 지었지. 아이가 그 말을 믿고 풍덩 뛰어들었는데 펄펄 끓어댔거든. 얼른 뛰쳐 나오면서 아이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나는 모른다’고 했지. 그랬더니 “아가 그것도 모르냐?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군”그랬다는거야.”
진영은 문득 개동의 아버지를 보고 싶었다.
아마도 영화로맨스 그레이에 나오는 최불암처럼 멋진 모습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은발의 최불암 얼굴 위에 자기 아버지의 얼굴을 살짝 겹쳐보았다.
하얀 까운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안경 쓴 얼굴이 웃음띤 최불암 아저씨 얼굴을 지워버렸다.
게다가 아버지는 막 사라지는 최불암 아저씨를 향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느냐?”고 호통까지 치는 것이었다. 진영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넌 참 좋은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거야.”
진영이 정말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개동을 쳐다보며 말했다.
“알아. 나도.”
“잘 먹었어.”
아무말 없이 앉아 있던 현우가 불쑥 일어서서 만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다.
“왜 이래? 귀 먹었냐? 다음부터 얄짤 없으니까 오늘은 내 성의 좀 무시하지 마라.”
개동은 돈을 도로 넣어주며 둘을 밀어냈다.
“잘가. 또 오고. 음식 맛 좋다고 했으니 발 끊지 않겠지?”
문앞까지 나와 손을 흔드는 개동을 보며 돌아서는 현우와 진영은 괜시리 신이 나서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불러제꼈다.
“아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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