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먹는 것은 휴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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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먹는 것은 휴일이 없다
  • 최봉순<혜전대 교수, 칼럼위원>
  • 승인 2014.06.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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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들이나 산에서 나는 식물이나, 사냥을 통해 얻은 동물, 바닷가의 생선이나 조개류를 먹으며 살아 왔다. 조개 껍질에 열을 가하면 간단하게 입이 벌어지는 것을 알았고, 사냥으로 얻은 질긴 고기도 불에 익히면 맛이 한결 부드러워 지는 것을 알았다.
인간은 불을 이용하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수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이가 약해지면서 생리적인 기능을 퇴화시키기도 했다.
퇴화된 기능의 에너지는 인간의 뇌를 발달시키고, 도구를 사용하게 하면서 문명의 발달이 급속히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에도 냉장고와 세탁기의 등장은 여성들을 시간으로부터 해방시킨 중요한 문명의 산물이다. 하루 일과 중에 반나절을 빨래하는데 매달리게 하고, 하루걸러 김치를 담그던 일이 지금은 1년에 서너번만 수고를 하게 하니,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동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이 많은 냉장고를 우리는 너무 신뢰하는 것은 아닐까?
냉장고의 냉각은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서 필요하다. 냉각을 위한 보존 방법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냉동이다. 여름에 필수적인 기호식품인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은 조리지만 얼리는 것은 보존의 수단이다.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은 당연히 냉각이 필요하지만, 술이나 음료수는 차갑게 온도를 낮춰야 우리가 느끼는 맛이 완성되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맥주 같은 액체는 대류로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같은 양의 고체에 비해 훨씬 잘 식는다.
냉장고 안에 온도가 7℃정도일 때, 같은 과일이라도 크고 껍질이 두꺼운 멜론과 껍질이 얇은 복숭아는 냉각 속도가 다르다. 멜론의 경우 5시간 정도가 지나도 중심부의 내부온도는 15℃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복숭아는 4시간만 지나도 냉장고의 내부온도와 거의 비슷해진다.
냉장고를 자주 여닫을 경우 냉장고 안의 온도는 금방 10℃이상으로 올라가 버린다. 냉장고는 공기의 대류를 이용하여 냉각작용을 하기 때문에 뜨거운 국이나 밥을 바로 넣으면 금방 온도가 올라가고, 그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기 때문에 온도가 내려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려 전력낭비가 많아진다. 냉장고 안에 음식을 많이 넣어도 공기의 대류가 원활하지 못하여 온도가 내려가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게 된다.
냉장고 내부는 온도가 낮고 증기압이 낮기 때문에 식품이 쉽게 건조해져서 야채나 과일을 껍질이 노출된 상태로 두면 쉽게 상한다.
여름에는 무엇이든지 냉장고에 넣어 냉장고를 선반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려 한다.
1. 감자는 냉장고에 두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온에 두고 싹이 나기 전에 조리해야 한다.
2. 양파는 물러지면서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에 망에 넣어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3. 토마토는 특유의 풍미가 사라진다.
4. 바나나는 열대과일이라 냉장에서 검게 변한다.
5. 커피 원두는 냉장고 냄새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밀폐해서 서늘한 곳에 둔다.
6. 바게트 빵은 수분이 말라 딱딱해지기 때문에 바로 냉동했다 해동하는 것이 좋다.
7. 올리브 오일은 버터처럼 굳어져서 실온에 두는 것이 좋다.
8. 벌꿀은 하얗게 굳어지면서 맛이 떨어진다.
9. 마요네즈는 9℃이하에서 분리가 된다.
10. 통조림은 장기 보관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냉장할 필요가 없다.
흔히 냉동실에 식품을 넣어두고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냉동실에는 저온균이 살기 때문에 곰팡이를 함께 먹을 염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냉장고나 냉동실을 신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된다.
일 하는 것은 휴일이 있지만 먹는 것은 휴일이 없다.
살아 있는 동안 먹는 일은 계속되고 식품을 더욱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끊임없는 우리의 숙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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