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진 위신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 것인가.
언뜻 떠오른 구세주 같은 존재가 있었다. 책가방이다. 다행히 어깨에 메지 않은 채 한 쪽 손에 들고 있었다. 이 순간 신중이 소지하고 있는 유일한 방패였다.
신중해야지, 그래서 내가 바로 신중이 아닌가 싶었다. 바싹 긴장하며 서둘지 않으려 했다. 상대편에서 알아차리도록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비록 벌개진 얼굴이지만 유연한 동작으로 보이도록 하면서 책가방을 재빨리 앞쪽으로 옮겼다.
실상 위험지대를 덮고 가리려는 신중의 움직임은 필사적이었다.
드디어 해냈다. 바지의 앞을 완전히 가렸다는 해방감과 함께 후유우! 한숨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역시 신중하게 참았다.
어찌된 일인가?
분위기는 그대로 변하지 않았다. 신중이 학교 앞 정류장에서 내릴 때까지 이상한 분위기는 전혀 변하거나 호전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고생들이란 못 말린다니깐.
너무 우습고 또 우스워서 손에 잡히지도 않을(드물게는 배꼽이 큰 사람도 있지만) 배꼽을 쥐고 흔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상태라도 그렇다. 그만큼 웃었으면 충분할 텐데로 어찌된 영문인지 그게 아니었다.
끝없이 웃고 킥킥대며 호들갑까지 떨어댔다.
그 중에 지독하게 웃어댄 두세 명은 팬티를 약간씩 적셨을 게 분명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웃다 보면 그런 형편이 되고 마는 여자들이 실제로 있다는 걸 알 만한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거니깐. 실제로 두 명인가 한 명인가의 여학생은 찔끔거리며 고인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쳐내기까지 했다.
그런 입장에서, 오메 기죽어! 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생겨나게 됐는지도 알 수 없다.
신중은 어떻게 버스에서 내렸는지 모를 정도였다. 도망치듯 버스의 발판에서 길로 뛰어내렷다. 비로소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잠깐 그 자리에서 서서 심호흡을 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바로 뒤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공교롭기로 치자면 그건 극치였다. 그 여학생들도 같은 정류장에서 내린 것이다. 신중은 구태여 돌아볼 필요도 없이 그게 그들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당황되려는 마음을 급히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래, 쩨쩨하게스리. 이래뵈도 내가 바로 난데! 그는 보라는 듯이 어깨를 쭈욱 편 다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뒤의 여학생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끊을 결심과 함께였다.
어찌된 영문일까.
여학생들이 신중의 뒤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듯이 따라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냥 웃는 게 아니다. 톡 까놓고, 그것은 신중의 귀에 들리도록 커다란 소리로 재잘거렸다.
나중에야 그들이 신중의 학교와 인접한 여학교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대화의 내용은 확실히 심했다.
“얘, 몇 개월쨀까?”
“글쎄, 배가 아직 안 부른 걸로 봐서 초기일 거야.”
“그럼 생리도 멎었겠지?”
“깔깔……”
“낄낄!……”
“남자도 우리처럼 한 달에 한 번일까?”
“어디로 하지?”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