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와 우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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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와 우리의 삶
  • 심재선<도예가.주민기자>
  • 승인 2014.07.18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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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반이 금방도 지나갔다.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건도 있었고, 한국을 이끌어 가는 정치도 변화가 있었다. 이때쯤이면 올해 ‘뭔가 해야 되는데’ 라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연초 다짐을 다시금 되집어 보면서 마음만 급해 질 때이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잘 알려진 사실이어서 우스갯 소리도 많고 비판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이런 빨리빨리 문화는 어떻게 생겨 만들어 진 것일까. 일부에서는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침략이 빈번해서 생겨났다는 이도 있으나 이 부분엔 동의 할 수 없다.

오랜 세월 만들어진 건축양식인 전통 한옥은 낮은 담이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레 어우러져 있다. 우리나라는 침략도 받기는 하였지만 참 안전한 사회였고 소통을 중시하는 나라였다. 침략이 빈번하여 약탈을 자주 받았다면 중국 광둥성의 집단주택 ‘투러우’처럼 폐쇄적인 건축양식이 이어졌을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의 지형적 기후와 삶의 환경에서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대에는 기후변화로 조금 바뀌어간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다.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하며 고기압과 저기압이 번갈아 세력을 키우고 대륙성 기후로 일교차가 크고 계절풍에 영향도 있다. 한마디로 안정된 기후라기보다는 변화가 많은 기후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가 어떻게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었는가. 현대에는 기후를 극복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을 뿐 과거의 선조들은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때가 되면 씨를 꼭 뿌려야하고 때가 되면 장마 준비를 해야 하고 때가 되면 바심도 해야 한다. 아낙네들은 때가 되면 겨우내 묵은 집안 일거리도 해야 하고 때가 되면 겨울 피복도 미리 준비해야했다. 이처럼 기후에 맞추어 수긍하며 살기에는 너무도 많은 일들과 준비가 필요하니 자연히 시간을 다투는 일 또는 지금 꼭 해야 할 일들이 많아 졌다. 흙과 불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필자 역시 재료의 특성상 기후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때로는 힘이 부칠 때가 많다.

그렇다고 과거 선조들이 기후에 맞추어 살다보니 항상 조급했다 생각하진 않는다. 슬기로운 지혜로 자연과 잘 어우러지면서 살았는데 현대인들의 삶이 자연과 어우러지고 수긍하면서 사는 것을 거부하며 사는 것이 빨리빨리 문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선조들이 기후 변화에 따라 미리미리 대처하고 살았던 반면 현대인들은 기후에 대해 즉흥적으로 대처하며 산다는 것이다. 경쟁이 심해지고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나의 삶에 대한 심미안(審美眼)보다는 ‘다른 사람 먼저, 다른 사람보다는’ 이런 마음이 조급함을 만들었을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과거 선조들이 주변인들에게 마음을 열었듯이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을 이해할 때, 삶의 가치가 경쟁이 아닌 어울려 산다는 것에 익숙해질 때 한국인의 가슴속에 깊이 자리 잡은 조급함도 삶의 무게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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