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문화재를 만드는 각오, 열과 성 다해 불화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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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문화재를 만드는 각오, 열과 성 다해 불화 매진”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4.07.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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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임석환 불화장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佛畵匠) 기능보유자인 임석환(69) 선생은 갈산면 내갈리 출신으로 유년 시절부터 불심이 깊었던 어머니를 따라 절을 다니며 불화와 불상, 단청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당시 “꼭 내가 한번은 (불화를)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은 것이다. 어릴적 홍성 인근의 사찰에서 봤던 불화는 불화장으로서의 예술 기반이 됐다. 임석환 선생은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 인근 사찰을 다니며 봤던 불화들을 보며 황홀감을 느꼈던 것이 늘 가슴에 남아 있다”며 “어린시절 각인 된 불화의 아름다움과 색감에 매료된 것이 예술적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임석환 선생이 불화와 연을 맺은 것은 사촌형의 소개 덕분이다. 임 선생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왔는데 목수인 아버지의 손재주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린 그의 재주를 알고 사촌형이 불교 미술의 대가인 스님을 소개해 줬다.

당시 임석환 선생은 동료들이 자는 시간에도 촛불을 켜놓고 밤새 혼자 단청을 그렸는데 이를 눈여겨 본 경남 하동 쌍계사 혜암 스님의 제안으로 쌍계사에서 본격적으로 불화 연습을 하게 됐다. 스님의 지도에 따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그림과 함께 했다. 불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연습의 과정 즉 수없이 반복되는 습화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습화란 숙련된 필력을 기르기 위해 붓의 힘을 기르고 기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얼마만큼 성실히 그리고 체계있게 거쳤느냐가 훗날의 명작을 낳는 디딤돌이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임석환 선생은 끊임없는 습화의 연마가 기초를 닦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들려준다. 그는 시왕초 및 천왕초를 몇 천장씩 반복하여 그리는 연습과정을 통해서 불화를 그리는 것이 불자의 수행과 같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임석환 선생은 “내가 정성들여 그린 불화 앞에서 사람들이 환희심을 갖고 불교에 더 친숙히 다가서는 디딤돌이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이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원동력이 된다”며 “모든 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불화를 접하고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작업에 몰두한다”고 말했다. 임석환 선생은 작업을 하기 전에 먼저 마음을 가다듬고 경전을 보거나 염불을 외운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불심이 없다면 불화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화를 그리는 것 역시 수행의 일환인 것이다. “불화는 붓 손질 한번, 선 하나에도 정신과 혼을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처님의 자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불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생계의 수단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수행의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또한 시대의 문화재를 그린다는 생각으로 열정과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임석환 선생이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부산 범어사, 서울 진관사, 강화도 전등사,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문수암, 청도 운문사, 양산 통도사, 수덕사 등 국내 유수의 사찰 단청뿐 아니라 일본 요코하마의 안국사 등 국내외 사찰에 있는 단청들이 또한 선생의 손을 거쳤다. 2006년 이전까지는 불화장이 별로도 구별되지 않아 단청장이 단청작업을 하면서 불화를 함께 그려왔다. 그러나 제작목적이나 표현기법 등에서 단청과 차이가 있어 문화재청에서는 2006년 종목의 특성을 고려해 불화장을 별도 지정하고 故 석정 스님과 임석환 선생을 불화장 보유자로 인정했다. 주로 엎드려서 작업을 하는 불화작업은 그 자체가 고행이다. 불화 자체가 고도의 집중력이 장시간 필요한 작업인 관계로 오랜 시간 동안 엎드린 자세로 일하다 보니 허리가 아프기 일쑤고 자칫 허리가 휘기도 한다. 인내에 인내를 더해야 하는 작업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정교함에 감동을 받고 화려함에 감화하는 모습을 보면 이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임석환 선생은 “불화는 넓은 의미로는 불교와 관련된 모든 그림을 일컫데 미를 추구하는 그림과 달리 불교의 이념과 사상을 알기 쉽기 나타낸 것”이라며 “ 그림을 통해 불교를 이해하고 공교적인 실천을 이끌어내는 것이 불화의 진정한 의의”라고 말했다. 50여년 가까이 불화를 그려온 선생은 수많은 습화를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았다. 원색을 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불화와 달리 선생의 불화는 색감이 곱고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인지 경기도 고양시 대자동에 있는 선생의 불화작업장에서 전수를 받고 있는 제자들 대부분이 여성이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불화를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시대가 바뀌어 요즘 불화를 여성들도 불화를 그리는데 문제없다는 것이다. 또 선생의 딸과 아들도 그 맥을 이어 전수를 받고 있다. 임석환 선생은 “늘 전국각지의 사찰을 돌며 작업하다 보니 고향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형제와 친구들이 있는 홍성은 항상 그립고 찾고 싶은 곳”이라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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