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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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10>
  • 한지윤
  • 승인 2014.08.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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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이들이 화려하게 혹은 우울하게, 또는 심각하게 펼쳐나가게 될 일에 별다른 무리나 오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중이 중학교 신입생이 되어 똥오줌을 제대로 가릴 정신적 겨를이 없을 때로 되돌아가야 그 설명이 가능해지게 된다.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기생충 같은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의 서식에 영양가 높은 조건이 도처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S교에도 그랬다. 비록 명문교로 인정받는 학교이긴 해도 그런 기생충 같은 자들이 음지에서 소리 없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한 가지. 명문교가 아닌 다른 학교의 기생충들과 달리 그 전염성이 약하다는 것뿐이다. 즉 고질적인 것이 아닌 그냥 신입생에 대한 상급생들의 텃세 비슷한 것이다. 그 정도라면 사회적으로까지 문제될 리는 없었다. 허지만 애송이 신입생의 입장에서 보면 신중한테 그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바로 문제였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줄곧 일등만 해왔던 신중이다.
그 때문에 항상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당당히 군림해왔던 그다. 허지만 중학교에 그것도 명문교에 입학하고 보니 하늘과 땅의 차이가 피부로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각 학교로부터 우등생들이 경쟁하며 진학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와 달리 신중의 독무대는 옛말로 흘러가 버린 것이다. 머리큐로 보아도 신중을 앞서는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넘실거렸다. 입학식이 있고 정확히 4일이 지난 금요일. 예기치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남들이 돌아간 다음까지 교실에 남아 노트정리를 한 게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남들처럼 종례 후 곧장 집으로 돌아갔으면 그런 일은 애당초 생기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2학년 상급생 세 명한테 불행하게도 찍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너 이름이 뭐야.?”
상급생은 신중의 가슴에 달려있는 명찰을 빤히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심상치 않은 시비가 분명했다.
“난 임신중인데……”
신중은 약간 더듬거렸다. 세 명의 상급생 가운데 한 덩치는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역도를 하는 바윗덩이 같은 몸집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상급생한테 존댓말을 쓰지는 않는다. 아직 그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신중은.
“왜 그래?”
하고 반말로 물으며 겁에 질린 눈망울을 굴렸다.
반응은 금방 나타났다.
“이놈 봐라!”
덩치 곁에 있던 땅딸이 상급생이 한 걸음 다가섰다.
“여기가 초딩학굔 줄 아나본데, 우리가 버릇 좀 고쳐 줘야겠어. 얌마, 여긴 중학교야!”
신중은 긴장했다. 심상치 않아서 겁이 덜커덕 났다. 가뜩이나 소심한 성격인 그였고 보니 겁에 질리는 게 오히려 당연했다.
“왜들 그래 애?”
신중의 그런 반응은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켜 놓고 말았다.
“어쭈, 짜식이!”
“?……”
“상급생 형님한테 말투가 그것 밖에 안 나와?”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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