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1>
상태바
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21>
  • 한지윤
  • 승인 2014.11.10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가지만 알았지 두 가지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자신을 빌어 남을, 즉 내가 이러니까 K여고의 학생들도 그렇다. 라는 기초적인 상식조차 까먹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학생신분이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되는 일을 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는 역시 신중이 확실히 호동보다 머리 회전이 빨랐다. 공부에는 신중이 한 수 앞 이어서일까?

"맞았어!"
신중이 낮게 소리쳤다. 호동은 아직 알아듣지 못했다.
"뭐가 맞아?"
"너나 나나 한 심이 두 심이다. 그것도 아직 모르고 있다니 말야."
"뭔데?"
"지금 이 학교는 중간고사 시험 중이야."
"그래~애?"
"우리가 3일 전에 끝났지 않니."

중고등학교의 각종시험이 거의 같은 시기에 있게 된다는 상식을 재고하지 않는다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S교와 K여고가 같은 시기에 중간고사를 치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대개의 학생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다음인 것이다. 그만하면 하마의 엉덩이나 미스 유니버스의 각선미가 무엇 때문에 안 보이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쳇"
호동이 투덜거렸다.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였다.
"오히려 잘 됐다."
신중은 호동과 전혀 다른 뜻을 나타냈다.

"잘돼?"
"그래."
"어째서?"
"사실 난 지금 전까지만 해도 몹시 걱정했던 일이 있어."
"걱정?'
"생각해 봐, 우린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이야."

"그게 어때서?"
"그것도 몰라? 상대는 고등학생이란 말야."
"얼마나 좋으냐, 분위기 있고?"
"너 아직 깜깜이구나. 사람한테는 낭만이라는 게 있다. 냉면 아니고 낭만 말야."
"뭐 말라죽은 낭만?"

신중은 호동의 말에 강한 거부감 같은 것을 느꼈다. 호동은 답답하다는 듯이 마음을 쿵쾅 쳤다. 이거야 어디 수준차이 때문에 말이 통하느냐는 식이었고 강력한 표현이었다.

"너 말야, 연상의 여인이라는 것도 모르니?"
호동의 말에 신중은 잔뜩 얼굴을 찡그렸다. 몰라서라기보다 왠지 거부감이 느껴졌기 때문인데, 거기다 대고 호동이 한 마디 더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 오늘 당장 만화가게에 가서 비디오라도 보고 와야겠다. 아주 끝내 주거든, 거길 가면 말야."
"그게 뭔데?"

솔직히 그 분야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혀 없는 신중이다. 그럴 기회가 없었던 탓도 있겠지만 성격상 그런 일에 취미가 없었다. 남매 중에 큰 아들로 태어나 온상의 화초처럼 살아온 게 지금까지의 생애인 신중이다. 걸쭉한 아버지 덕분에 비교적 그런 방향에서는 자유롭게 지내온 호동과는 전혀 다르다.

성격 역시 호동은 신중과 달리 경우에 따라 부모한테 대들기도 했던 것이다. 부모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온 신중은 그것이 효도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기에 앞서서 그런 식으로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