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공부로 얻는 새로운 세상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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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공부로 얻는 새로운 세상과 행복
  • 오은 기자
  • 승인 2015.01.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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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탐방-내포성인학교
이응노 생가 기념관으로 체험학습을 나온 내포성인학교 학생들과 김관순 대표, 최광묵 교장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내포성인학교 학생들.

▲ 이응노 생가 기념관으로 체험학습을 나온 내포성인학교 학생들과 김관순 대표, 최광묵 교장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홍북면 내덕리 현광아파트에서 좀 더 올라가 보면 언덕 위에 아담한 건물이 하나 있다. 이 곳은 어르신들에겐 늦깎이 배움의 터전이자, 두 부부에겐 문해(文解) 교육 봉사의 꿈이 시작된 내포성인학교(이하 성인학교)다. 작년에 이어 오는 2월 말 9명의 2기 졸업생을 배출하는 성인학교는 현재 최고령자인 장소성(95) 어르신 외 총 13명의 수강생이 수업을 하고 있다.

성인학교 최광묵(69) 교장은 28년 동안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해 UN참사관으로 퇴직 후 부인인 김관순(66) 대표이사의 고향인 홍북면 내덕리로 함께 내려왔다. 퇴직 후 두 부부는 봉사에 뜻을 품고 문해교육사 자격증 등을 취득했다. 그 후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지난 2011년 비영리법인 ‘내포문해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현재는 ‘내포성인학교’라는 이름으로 교명도 바꿨다.

성인학교에서는 여러 이유로 학업을 이루지 못한 노인들에게 기초 문해력 증진을 위해 충남도교육감 지정 초등학교 학력인정과 문자해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작하고 평생교육진흥원을 통해 배부된 교재를 가지고 한글을 공부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3단계, 160시간 이상을 거치면 졸업 조건이 갖춰진다. 수업 외에도 문예회관 공연관람, 이응노 생가 기념관 방문, 119 소방서 견학 등의 재량활동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노인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내포성인학교 학생들.


어린 시절 학교를 다니지 못해 배움을 놓친 어르신들에게 글을 깨우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번에 졸업하는 이문숙(홍성읍 고암리·69) 학생은 성인학교 2기 수강생으로 학급에서 총무와 부반장을 맡아가며 성실하게 공부했다. 그녀는 “까막눈으로 오랜 세월을 지냈어요. 그러다 지인이 알려줘 내포성인학교를 다니게 됐죠. 선생님들이 1년 동안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쉽게 배울 수 있었어요. 글을 배우고 나니까 세상이 달라 보이고 매일 새로운 세상을 사는 것 같습니다”라며 배움의 기쁨을 전했다.

여든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만큼 건강한 이화영(홍성읍 문화로·80) 씨도 올해 2기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저를 선생님들이 가르치실 때 애 쓰셨죠. 근데 두 분 다 자상하게 잘 가르쳐주셔서 금새 배워 졸업도 하게 되었네요. 이젠 어느 정도 기초가 되어서 교장 선생님이 한 번 아들이랑 며느리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이젠 아들과 며느리에게 편지도 쓸 수 있어요”며 달라진 삶을 얘기했다.

최 교장은 성인학교 외에도 동네회관의 ‘찾아가는 성인학교’와 한서대 외국인 어학교육권 외부강사로 활동하며 문해 교육과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도 힘써 봉사하고 있다. 성인학교는 관내에서 하나 뿐인 문해교육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인근의 예산문해교실에 비해 수강생도 적어 그의 열의와 달리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 교장은 “부인의 고향에 와서 지역주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일을 해보려고 몇 년간 노력했습니다만 입지조건이 좋지 않아 크게 봉사도 못했습니다. 지속적인 봉사가 관건인데 학생모집이 안되면 모집이 가능할 때까지 쉬었다가 재차 모집을 할까도 합니다. 대신 외국이민자는 사회통합프로그램대로 소수학습자라도 지속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키려고 합니다” 라는 진솔한 심정을 전했다. 성인학교는 3월 초에 3기 신입생을 모집하며 자세한 문의는 631-635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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