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먼저 내밀자!
상태바
손을 먼저 내밀자!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03.13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춘기라는 말과 연결되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단어가 있다. 도덕시간에 나오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이 말은 청소년 연구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미국의 유명한 G. Stanley Hall(1844-1924)이 청소년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이 시기는 갈등과 정서 혼란으로 가득한 격변기를 나타내기 위해서 명명한 개념이다. 이 개념 속에는 방황, 반항이라는 것이 첨부되어 사춘기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언행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그러나 필자는 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성인들은 사춘기에 갈등이 일어나고, 정서 혼란이 왜 발생할까? 방황하고 반항하는 청소년들 등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 또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 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사춘기가 포함되는 청소년기는 어린이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애매한 시기이고 무엇인가 확실하지 않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성인이 살면서 모든 일에 애매한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굉장히 답답해서 결과를 빨리 알고 싶어 하지만 결국 미래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답답함을 느낄 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도움이다. 미리 경험을 한 사람이 그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대상을 도와주고 위로해 준다면 그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은 힘을 낼 수 있다. 사춘기는 어둡고 긴 터널에 비유하고 싶다. 긴 터널은 앞과 뒤에만 희미하게 빛이 보인다. 현재 서 있는 자리는 어둡고 빛이 없다. 위, 아래, 좌, 우 어느 방향으로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청소년)은 답답할 뿐만 아니라, 두렵기도 하고 현재 뭘 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냥 자신도 모르게 서 있게 되었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어둠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우리 사춘기 자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기분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한 아파트에 이사 와서 함께 살기 시작한다. 과거에 만난 적도 없고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처음 보고 만난 사이이다. 서먹하고 말 걸기도 어렵고 인사하기도 어색하다. 나이도 천차만별이고 직업도 다른 사람들이다. 시간은 하염없이 지나간다. 이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해갈까? 정해진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시작하고 미소를 짓기 시작한다. 인사와 미소가 교환되면서 서서히 인사말이 길어지고 간단한 가정에 관련된 혹은 육아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면서 가까워진다. 어른들은 경험을 통한 학습을 하면서 사회화(社會化)가 되어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사춘기 청소년에게도 성인인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면 어떨까? 우리가 그들에게 먼저 시범을 보여주면 따라하거나 흉내를 낼 것이다. 우리가 화를 내면 그들도 화를 낼 것이고 우리가 미소를 보내면 그들도 미소를 보낼 것이다. 청소년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변화되기를 바라기 보다는 우리가 먼저 변하자. 다른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청소년을 과거와 다르게 대하면 그들도 변할 것이다. 자녀나 청소년 혹은 학생이 변하지 않는 것은, 자녀, 청소년, 학생과 만나는 성인들이 과거와 똑같은 방법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나쁜 습관에 직접 접근하면 실패한다. 그보다 청소년이 현재 보여주는 장점을 활성화시키면 나쁜 습관은 자연스럽게 교정된다. 망신을 주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훈육은 반발만 유발하고 관계를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자녀, 청소년 혹은 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장점을 생각해서 10가지 이상을 떠올린다면 내가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다. 아니 내가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