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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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35>
  • 한지윤
  • 승인 2015.03.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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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담판을 짓고 그가 이끄는 이단적 군사들을 색출, 무장 해제시켜 군법회의를 거쳐 공평하게 수갑을 채우거나 혹은 직위해제 시킬 능력이 있는 호동인 것이다.
그러한 호동을 끈끈이로 붙여 묶어놓고 있는 신중은 이럴 때 특히 믿는바 지대할 뿐더러 거기서 용기까지 덤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
호동이 나름대로 결정한 D데이는 전주 토요일 수업이 끝난 다음 시간이었다.
몇 번을 숙고하고 검토하여 생각하며 또 재차 검토하고 생각해서 결정한 날짜와 시간이었다. 신중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호동이보다 신중이의 마음이 더더욱 조급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 결정에 대한 호동이의 해설이 그럴 듯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시간적이든 마음적으로든 가장 여유 있는 날이 토요일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건 나도 찬성이야."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야."
"어째서?"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뭔데?"
"걔네들 문젠데, 만나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걔네들이?"
"그래."
호동은 그렇구나 싶은 표정이었으나 이내 지워버렸다. 좀처럼 심각해지거나 고민하는 성격이 아닌 그의 특징 중의 특징이 그것이다. 어떤 문제든 일단 긍정적으로 보려는 멋진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거야 운에 맡기는 수밖에."
"뭐라고?"
"그보다 기도라도 해두렴. 너 교회 믿니?"
"그게 문제가 아냐, 지금."
"하여튼 난 자신 있으니까 그렇게만 알아 둬."
"정말야?"
"너 아직 모르고 있는가 본데, 한 번 생각해 봐라."
"뭘?"
"나 아니면 대체 누가 그렇게 믿음직스러운 여자애한테 근처에라도 가겠나를 말야."
"!……"
신중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공자는 그렇다 치고, 예수도 부처도 못한, 명언 중에도 명언이라고 생각했다. 신중을 가장 위축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자의 엄청나게 커다란 엉덩판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짓눌리면 몇 분 안가서 당장 질식해 버릴 것만 같아 목이 움츠러드는데야 더 말할 게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신중은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허겁지겁 참았다.
그럴 때 보자의 히프를 생각하며 웃는다는 것은 호동에 대한 인간적인 모욕이고 산통 깨는 방정맞은 경거망동일 수밖에 없다. 모처럼 막 싹터 오르려는 분홍빛 무지개가 일순간 뜬구름아 말을 물어 보자, 하는 걸로 흘러 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소쩍새 우는 밤 풀피리 불어도 내 님이 와 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신중은 전적으로 찬성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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