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재활실·보호작업장 등 취업시스템 마련 절실

제4회 꿈꾸는 예술제에 참가한 해밀중창단은 관내에 거주하는 12명의 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네 명의 단원이 직업을 가진 직장인들인데, 최근 충남도교육청의 희망일자리 지원사업으로 홍성도서관에 무기 계약직으로 취업한 해밀중창단원 김민성 씨와 어머니 조주하 씨를 만났다.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관내 장애인들의 취업 실태와 발전 방향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도서 대출 카운터를 지키는 일은 처음엔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갈수록 자신 있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며 직원 분들과도 잘 지낼 거예요.”
홍성도서관 행정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김민성(20) 씨의 말이다. 김 씨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홍성도서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7월 17일부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돼 근무 중이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됐죠. 아무래도 몸이 불편하면 업무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스템도 잘 익히고 가르쳐주는 것을 잘 배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홍성도서관 서정학 주무관의 말이다. 희망일자리를 통해 현재 관내에서는 홍성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 2명, 관내 학교 및 충남도교육청, 홍성도서관에 각각 1명씩 총 5명의 장애인이 근무를 하고 있다.
김 씨의 어머니 조주하 씨는 “홍성도서관에서 발달장애인이 인턴으로 취직한 것은 최초 사례”라면서 “일반적인 기관이나 업체에서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 해 취업이나 근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민성이의 경우는 자폐 성향이 있지만 컴퓨터나 외우는 작업 등 기능적인 일은 잘 하는 편입니다. 취업을 하고 나서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일을 한다는 자체에서 큰 기쁨을 느끼더라고요. 장애인의 취업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따뜻한 배려를 필요로 합니다.”
이어 “민성이는 경증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경증 장애인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활동 영역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중증 장애인들도 재활 시설이나 작업장 등에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시설이나 작업장에서 경증 장애인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중증 장애인들은 대기를 하거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경증 장애인부터라도 점차 사회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고용을 확대해 나간다면 중증 장애인의 활동 범위까지도 넓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 씨는 “민성이가 취업을 한 것에 대한 기쁨은 5% 정도이고 나머지 90%는 걱정과 염려”라면서 “실수를 하게 되면 장애인 고용 전반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제없이 업무를 해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충남장애인부모회 홍성지회 진유순 회장은 “장애인들의 경우 소통 문제가 취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많고, 장애인들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잡(Job) 도우미와 같이 중간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업무에 적응할 때까지 도움을 주거나 직업재활실, 보호작업장 등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관내에는 그런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많은 장애인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많죠. 또 특수학교나 거점학교의 경우에는 장애인들의 취업을 최우선에 두고 교장부터 교사에 이르기까지 관계자들이 일선에서 앞장서는데 관내에 특수학교나 거점학교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을 수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도 직업재활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취업과 연계되는 활동이나 지원은 부족한 형편이고, 대기 인원도 많아 많은 장애인이 혜택을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장애인이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직무가 자신과 맞지 않거나 8시간 이상 근무를 해 본 적이 없어 적응을 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은 실질적인 직업 훈련이나 체험의 부재에서 온다는 지적이다.
장애인부모회 관계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 등 관계기관에 실습을 할 수 있는 장치 등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으나, 군에서는 장애의 종류나 장애인들이 가진 기능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 구체적인 실습 기관이나 시스템을 마련하기엔 무리라고 밝혔다”면서 “첫 발이라도 디뎌서 경증, 중증 등 다양한 장애인들이 어떻게 취업을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보려는 시도가 중요한데, 그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아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진유순 회장은 “장애인 취업이 급여나 인원 등의 실적 위주로 평가되는 것도 문제”라면서 “실적보다는 장애인이 정착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지원하고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