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고 사람 좋아 ‘장수’ 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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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좋고 사람 좋아 ‘장수’ 한다네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01.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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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항면 공리 장수마을
공리저수지에 새떼가 날아오르고 있다.

□ 지형

공리의 지형은 마치 창공을 가로지르던 새 한 마리가 물을 마시려고 마을에 살포시 내려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을의 모습은 가운데 새의 머리가 솟아있고 좌우로 야트막한 산이 날개를 펼치고 마을을 감싸고 있는 듯하다. 새의 머리로 보이는 산 앞쪽으로 마을의 자랑거리, 마르지 않는 공수골 우물이 있고 마을 앞으로 너른 들인 공리들이 펼쳐있다. 공리는 물이 좋고 기름진 땅이 있어서 조선시대 지방관청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한 토지인 공수전이 있다고 전해진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면 우측으로 공리저수지가 보인다.

공리저수지의 물은 백월산에서 내려온 물이라고 하나 마을사람들에 의하면 땅 밑에서 물이 솟아오르기 때문에 극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공리의 특산품으로 ‘공수골 딸기’가 있다. 딸기농사를 짓는 김한경(45) 씨는 “지하수 온도가 보통 12도인데 공리는 13도로 높아 농사가 잘 됩니다. 좋은 물로 농사지어 고설재배한 딸기도 평지만큼 당도가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공수골 딸기를 소개하고 있는 김한경 씨

□ 공수골 우물

공리의 대표우물로 수량이 매우 많아 항상 우물 샘이 콸콸 흘러 넘쳤다고 한다. 구항면에서 갈산면을 가려면 공리를 지나야 했는데, 이곳을 지나던 사람들이라면 우물이 흘러 넘치는 모습에 목마른 나그네들이 절로 발길을 멈추었다고 한다. 그 우물가에 앉아 목을 축이며 부보상들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팔러 가는지 등 정보를 나누었다. 공리 우물 샘 맛을 봤던 사람들이 홍성이나 갈산에서 공리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공리 샘물은 아직도 그렇게 철철 넘치우?”라고 물었던 사람이 태반이었다.

작년 이곳에 농어촌 204호 도로가 나면서 매몰될 뻔한 우물을 지역민들이 요구해 우물을 비껴가게 도로가 나고 우물은 개보수를 했다. 마을주민들은 우물에 모터를 돌려 식수로 사용한다. 황규창(88) 씨는 “항상 우물에 물이 펑펑 넘었어유. 마을 사 람들이 우물물 먹어서 건강 하쥬” 라고 전했다.

공수골 우물.

□ 역사

창원황씨가 공리에 입향한 지 552년이 됐다. 그 다음으로 김해김씨, 경주김씨, 청주한씨 순이다. 창원황씨가 홍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황선복(82)씨의 17대조인 병사공(兵使公) 황효공(黃孝恭, 1382~1451)에 의해서다. 황효공의 부친은 조선 개국공신 황거정으로 황효공은 황거정의 셋째 아들이다. 황효공은 무와 갑과에 급제한 후 1435(세종 17) 사헌부 장령을, 1438년 전라도 병마절도사를 지낸 후 한성부판윤을 지냈다. 세조가 즉위하자 관직을 그만두고 1464년(세조 10) 홍성 구항면 공리로 낙향했다고 한다. 묘는 보령시 청라면에 있다고 족보에 기록되어 있으나 실전하는 것이 없는 것을 후손들이 안타깝게 여겨 1966년 공리 죽두와 종산에 제단을 설치해 시향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 어죽 먹은 날

마을 회관에 들어서자 어르신들이 직접 잡은 물고기로 어죽을 쒀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한 상에 4~5명씩 둘러앉아 남자는 방에서, 여자는 거실에서 나이대별로 나눠 앉아있다. 기자를 보자 “어서 오라”며 어죽 한 상이 뚝딱 차려 진다. 어죽은 인삼, 마늘 향, 들깨가 어우러져 구수하고 감칠맛이 난다.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어느새 한 그릇을 더 주신다.

30대 낯선 여자가 어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신기한지 어르신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기자 를 바라봤다. 어르신들은 마을 회관에서 매일 40명 이상 모여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공리는 총 81가구가 있는데 낮 동안 모두 모여 있어 겨울철 난방비 걱정이 없다고 한다.

□ “사진 꼭 갖다 줘야 혀”

상을 물리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르신들의 농담하는 모습이 밝고 유쾌해 보였다. 한 할머니가 방에서 기자를 불렀다. 사진기를 들고 있는 기자에게 본인을 찍어달라신다. 사진을 찍고 할머니 모습을 보여주니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나도 찍어줘.” 옆에 할머니도 찍는다. “백발 노인네 흉하게 뭐더러 찍어” 하시던 할머니도 막상 사진이 나오니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영정사진 찍을 일 있냐며 고개를 돌리던 할아버지도 본인이 찍힌 모습을 보고 “사진 참 잘 찍네 그려”하시며 웃음을 감추지 못 한다. 김영환(94) 할아버지는 최화선 할머니(93)와 함께 찍어야 한다며 할머니를 찾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을의 최고령 부부로 부부의 연을 맺은 지 74년 이 됐다. 할아버지는 “지금껏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며 할머니 볼에 입맞춤을 했다.

공리의 최고령 부부 김영환 씨와 최화선 씨

□ 건강의 비결

공리는 90세 이상 노인이 5명으로 마을에 치매를 앓는 노인이 없다. 낮 동안 마을회관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며 공동의 식사를 하고 마을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이곳 마을사람들의 얼굴은 밝고 건강하다. 마을의 최고령 이채옥(95) 할머니는 4대가 함께 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한 공수골 우물 역시 장수의 비결 중 하나다. 또한 공리마을회관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강사를 초청해 풍물놀이를 배운다. 함께 모여서 즐기고 좋은 물을 마시는 것이 공리 사람들이 건강한 이유다.

4대가 함께 사는 이채옥(95) 씨 가족.

□ 이장님의 마을소개

공리는 617번 지방도로가 지나가고 만수면적 9만평의 공리저수지가 있습니다. 우리 마을은 마을 앞에 펼쳐진 넓은 농토와 좋은 물이 자랑거리입니다. 교통여건도 좋고 그 동안 사람살기 좋은 곳이었는데 우리 마을도 새로 변해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이 3번째 이장을 맡았는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마을을 희망마을로 꼭 만들고 싶습니다. 마을의 넓은 농토를 활용해 마을공동사업체를 운영하고 논에서 나오는 쌀을 이용해 한과를 개발하겠습니다. 또한 특용작물을 재배해 군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장수 우물을 체험 할 수 있게 관광지로 변화시키겠습니다. 공리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게 마을 주변에 꽃길과 쉼터를 만들어 아름다운 공리마을을 조성하겠습니다

공리마을회관.
마을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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