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내 삶의 ‘증빙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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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내 삶의 ‘증빙서류’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6.02.19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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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째 매일 일기 쓰는 중앙철물점 박용두 대표
박용두(85) 중앙철물점 대표가 37년간 써 온 일기 중 일부를 들어보이고 있다.

매일 새벽 4시면 같은 시간에 눈을 뜬다. 그리고 6시면 아침식사를 한다. 80여 년 평생을 지켜온 생활 수칙이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구항면 자택 앞에 택시가 도착한다. 택시를 타고 광천 철물점에 도착하면 아침 6시가 된다. 박용두(85) 중앙철물점 대표의 일상이다.

이와 함께 그의 일상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 은 바로 ‘일기’다. 지난 1981년, 마흔 여덟의 나이에 쓰기 시작한 일기는 30여 년이 흘러 여든 다섯이 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그의 하루하루를 대변하고 있는 ‘역사’이자 ‘생의 증거’다.

“홍성 법원에 방청을 하러 많이 갔었지. 재판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누명을 쓰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해. 그런데 일 기장을 보여주면 그것이 증거가 되는 거야. 그걸 깨닫고 나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을 기록해 왔지.”

박용두 대표가 일기를 적고 있는 모습.

‘일기는 인생의 역사’라며 박 대표가 열어 보인 상자 안에는 한 해 한 해 빠짐없이 적어온 그의 일기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내 일기들은 누가 읽으라고 쓰 는 것이 아니야. 기자가 이날 이 때 찾아올 줄 알고 써오던 게 아니란 말이지.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내 일상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온 거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기쁜 날이든 아픈 날이든. 박 대표의 일기는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의 하루 하루를 기록해 왔다. 아픈 날에는 정신을 부여잡고 일기를 썼고, 여행을 가서는 메모를 해 와 일기를 적었다. 박 대표는 일기와 더불어 영농일지도 써 왔다. 매년 농사짓는 방법을 적어왔는데, 누구라도 이를 읽어보면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정리를 해 왔단다. 또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후세에 남기는 글귀를 적어왔다. 자식들이 읽고 본보기로 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써 온 것이다.

자식들에게 본보기가 될 내용들을 글귀로 적어온 박 대표. 그 중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동기간에 도와주지 않는다 원망 말고 내가 먼저 형제간을 도와주어 보아라’, ‘남의 도움을 받고도 그런 일 없는 척 외면하는 자 틀림없이 오래가지 못하는 법’, ‘자식이 부모에게 불효하고 부모를 우습게 알고 부모의 말에 순종하지 않으면 부모는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며느리도 손자도 보기 싫은 법’… 박 대표가 직접 써 온 글귀들의 일부다. 

“이 글귀들은 마음을 경계하고 시를 읊어본 일종의 ‘풍월’이라고 할 수 있지. 이름을 드높이려 한 것 도, 세상에 알리려 한 것도 아니고 그저 편안하고 옳게, 바르게 살아가려는 나의 생활신조를 담은 내용들일 뿐이야. 이 일기들과 글귀들은 내 인생의 ‘증빙서류’인 셈이지.”

“정신이 온전할 때 까진 계속 일기를 써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박 대표는 인터뷰가 끝나는 시간에도 펜을 잡고 오늘의 일기를 써 내려 가고 있었다.

박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며 적고 있는 일기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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