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미트 주식 매각을 지켜보는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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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미트 주식 매각을 지켜보는 불편함
  • 최선경 <홍성군의원·칼럼위원>
  • 승인 2016.03.0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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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야당 같은 야당의 모습을 봤다는 뜻하지 않은 주민들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다수당 독주를 막기 위한 합법적 무제한 토론)의 반향은 매우 컸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혐오감마저 가졌던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정치토론이 살아나고 있는 것을 엿본다.

필리버스터 그 자체가 어떤 이들에게는 시빗거리였겠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신선한 감동이자 ‘축제’ 그 자체였다는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비록 소극적이고 결과가 불투명한 저항이지만 개인적으론 그 어떤 저항보다 강력하며 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해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이번 필리버스터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정치혐오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위기를 타개하는 새로운 계기가 됐을 거란 희망도 가져 본다.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인구 10만도 안 되는 작은 지자체 기초의원으로서 느끼는 바가 매우 크다. 필리버스터가 일깨운 참여와 소통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며 홍성군도 새롭게 반성과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홍성군에서는 홍주미트의 홍성군 지분 30여만주를 특정한 1인에게 매각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집행부는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지속적으로 주식 매각에 노력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매입자가 나섰기 때문에 서둘러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일부 의원들 가운데는 ‘감사원 지적도 있었고 그동안 팔리지도 않던 주식을 감정가보다 높이 매각했으니 다행이다, 참 잘한 일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자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항간에 제기되는 의혹들을 그냥 덮고 넘어가선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2007년 제5대 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수차에 걸친 논의 끝에 홍주미트 주식 매각에 동의하고 승인했다. 이에 따라서 행정상, 절차상 문제없이 진행했다는 집행부 입장은 제쳐두더라도 지금까지도 의회에서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홍주미트 주식 매각은 의회와 소통 후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7대 의회의 입장이다. 의회의 입장을 무시하고 매각을 추진한 집행부에 대해선 의회 차원에서 적절히 대응할 예정이다. 다만 홍주미트 주식 매각 문제를 단순히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구조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일에는 절차라는 게 있다. 이를 무시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는 게 뻔한 이치다. 군이 보유한 홍주미트 주식은 축산인들을 위해 세금으로 투자한 자산인 만큼 함부로 팔 수 없다는 주민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당초 홍주미트는 전국 최고의 축산군으로서 축산인들을 위한 사업으로 지자체가 적극 관여해 출범했다. 지금까지 130여억원의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결과적으론 개인 기업으로 넘겨준 꼴이 됐다는 비판에 대해 집행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흑자로 돌아선 알짜 주식을 포기하는 '악수(惡手)'란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익에 따른 배당금을 받게 될 경우 그 이익금을 홍주미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축산정책을 세워 축산인들에게 환원하거나, 아니면 서울시나 성남시처럼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청년인구유입을 꾀하는 등 홍성군만의 특별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를 놓치고 만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문제다. 이처럼 홍주미트 주식 매각과 관련해 다양한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정인에 대한 특혜 의혹, 절차상의 문제, 재발 방지 등을 위해 현재 홍성군의회는 고문변호사와 회계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다행이 의원이라서 좋은 점은 어떤 문제와 직면했을 때 실제로 대안을 세워 제도와 법률 등 합법적으로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리라.

어쩌면 홍주미트 주식 매각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온전히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경우, 설령 필리버스터는 아닐지라도 의회와 주민이 소통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의혹을 바로잡는 연대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추후 깨어있는 주민의 힘과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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