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함께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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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함께 사는 세상
  • 김종대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칼럼위원>
  • 승인 2016.05.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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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부산에서 총거리 770km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최장거리 도보트레일인 해파랑길의 개통을 기념해 ‘우리나라 걷는 길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움에 초청되어 다녀왔다. 이날 심포지움에는 걷는 길의 조성, 운영관리단체의 모임인 한국걷는길연합의 회원단체들과 도보여행길의 수요자인 한국걷기동호회연합 회원단체들, 천년이 넘은 일본의 대표적인 걷는 길인 구마노고도 관계자, 시코쿠순례길 관계자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걷는 길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나라 걷는 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성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우리나라 걷는 길의 대중화에 기여한 제주올레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안은주 사무국장의 ‘우리나라 걷는 길의 운영사례’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제주올레길은 제주를 찾는 많은 외국인들이 걷는 길이기도 해서 걷는 길 중에서 최고의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제주올레의 성공은 기존의 수직적 개념인 등산에서 수평적 개념의 걷기로 걷기트렌드의 변화와 아울러 특히 수백킬로미터의 장거리 도보트레일들의 등장으로 인해 특정한 관광지만을 찍고 오는 ‘점’적인 관광에서 여러 문화·역사적 거점들을 연결해 걷는 ‘선’적인 관광으로 관광트렌드까지 바꿔 놓았다. 이는 당일형, 일회성 관광에서 체류형, 다회성 관광으로의 질적, 양적 변화의 결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발제에서는 제주올레의 성공사례 이면에 있었던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는데, 제주올레가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어려움을 예상했었다면 아마도 안국장은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새로이 ‘걷는 길’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과정에 대한 회고는 2008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포지역 4개시군(홍성, 예산, 당진, 서산)에 320km의 내포문화숲길을 만들어 온 필자의 지난날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내포문화숲길의 지난 8년의 역사 속에는 제주올레가 갖지 못한, 눈에 띄지 않는 결실들이 많다. 2008년 조사·연구를 시작으로 4개시군의 공동조성협약식, 2010년~13년까지의 조성사업, 현재의 관리운영에 이르는 과정 속에는 내포지역의 많은 분들의 노력과 헌신, 행정과 민간의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협력이 있었는데 처음부터 순조로운 협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관행을 중시하고 상하수직적인 조직문화에 젖어 있는 행정의 속성을 아는 분이라면 민과 관이 함께 공동으로 8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알고 계시리라. 초기에는 갈등과 반목을 반복하며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있었지만 끈임 없는 회의를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끈을 놓지 않았다. 소통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과 민간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평적 개념의 관계 속에서 일해 본 경험들이 없었다는 것은 큰 핸디캡이었다. 서로의 처지를 알아가고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며 관계의 성숙을 통해 지금은 4개 시·군과 충청남도, 그리고 민간이 함께 매달 한 번씩 만나 내포문화숲길의 운영·관리를 위한 자리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민간과 행정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구조를 ‘거버넌스’ 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협치’라고들 한다. 이러한 개념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을 때 이미 내포지역에서는 민과 관이 함께 상생하는 방식을 시험해왔고 이제는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사례로도 손꼽히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제대로 실현되고 모두가 행복하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속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훈련과 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성숙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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