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영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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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영화보기
  • 이은희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6.05.19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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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장애인단체에서 올린 글이 눈에 띄었다. 장애인분들이 단체 영화관람을 하러가 맨 앞자리인 장애인석 대신 스크린이 잘 보이는 자리로 옮겨 앉을 생각으로 일반좌석을 예매했다가 낭패를 당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영화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안적인 안내 없이 신체적 접촉이 금지되어 있어(직원이 안아서 장애인석을 좌석으로 옮기는 경우) 좌석을 옮기는데 도움을 줄 수 없다해 다시 맨 앞 장애인자리로 옮겨 영화를 관람했다던 글이었다. 기분 좋게 영화관람을 갔다가 되려 마음이 상해 돌아왔을 장애인분들의 마음에 무척이나 공감이 갔다. 혹자는 이글을 읽으며 장애인석이 있다는데 굳이 불편하게 일반석에 옮겨 앉으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말할 사람도 있을 텐데, 맨 앞자리에서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은 그 고충을 알 것이다. 맨 앞자리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서 목을 한참 뒤로 젖혀야해 큰 고역이니…

장애인분들이 우스갯소리로 맨 앞자리에서 영화를 보다가 목이 뒤로 꺾여 최중증 장애인 될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사실 영화관이나 공연장에 장애인석을 따로 설치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영화관에 장애인석이 설치되고 있지만, 장애인 관람석을 설치한 상영관 중 81%가 영화를 보기 힘든 제일 앞줄이나 맨 뒷줄에 장애인 관람석이 설치돼 있다.

장애인 좌석은 좌석위치 선호도 여부에 상관없이 반드시 앞좌석 혹은 맨 뒷좌석에서 관람을 하라는 이야기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손쉽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여가를 보내는 방법의 하나는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는 것인데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에 장애인들은 접근조차 힘들다. 법으로 문화예술권리를 보장하고자 했으나, 현실은 생색내기 위해 설치하는 것일 뿐이다. 법으로 규제하기 이전에 갖추어야 할 장애에 대한 인식, 준비된 배려심, 혹은 인권감수성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으로 어떤 시설물이던 시설물을 설치할 때 한번쯤 휠체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수렴하며 작업하면 어떨까? 반대로 지난달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연시설이 갖추어진 공연장이 새롭게 단장되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렸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이음센터라는 곳인데, 휠체어가 오고가기 쉽도록 모든 공간에 문턱을 없애고, 공연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단상도 낮게 설치되어 있으며, 자리배치 또한 선택해 앉을 수 있어서 장애인예술가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편하게 예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되었다고 한다. 물론 장애인에게만 열려있는 공간이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대관하여 연습과 공연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장애인 편의가 잘 설치된 문화시설로 인해 장애인 비장애인은 동등한 시선에서 함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곳이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문화예술의 벽을 허무는 상징적인 곳이 아닐까? 서울에 생긴 상징적인 이음센터가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이어져 장애인들의 문화예술향유기회가 보장받기를 바란다. 이런 부러운 소식들이 내가 사는 고장, 홍성에서도 곧 일어나기를.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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