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서 맞는 중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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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서 맞는 중학교 3학년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5.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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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20>

2002년 어느날, 광천읍 사회복지사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광천읍에서 살고 있는 가정형편이 열악한 중학생 남자아이가 있는데 보호시설에서 돌봐주지 않는다면 이 아이는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급히 자원봉사자 어머님께 전화해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하니 흔쾌히 받아주신다. 나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같이 광천읍으로 가서 연락해주신 사회복지사님을 찾아갔다. 나와 자원봉사 어머님은 사회복지사를 따라 ○○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갔다.
○○이의 집은 광천 읍에서도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아주 허름한 초가집이었다. 방문을 열어보니 아무도 없는 집에 ○○이 혼자만이 앉아있었다. 나는 사회복지사로부터 ○○이네 가정형편과 가족사정을 자세히 듣고는 “○○아 삼촌 따라가자”라고 했다. ○○이는 한마디 말없이 자신의 짐을 챙기며 나를 순순히 따라와 오늘 이 시간까지 쉼터에서 생활하게 된 아이다.
○○이는 정말 불쌍한 아이다. 일찍이 어머님은 돌아가시고 아버님과 단둘이서 살고 있는데, 아버님마저 ○○이를 보살펴 주지 못하고 술로만 생활하시는 알코올중독자인 관계로 가정을 비워두고 시설에서 생활을 해오고 있으신다고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는 밥을 굶는 날이 많고 학교마저 잘 다닐 수가 없는 실정이었던 것이다. 원래 밥을 자주 굶었던 아이라 쉼터에서는 식사를 거르지 않고 잘 챙겨먹는다.
2004년 설 명절을 며칠 앞두고 쉼터식구들이 모여 TV를 보는데 쉼터 막내둥이 △△이가 인천에 계시는 작은 부모님 댁에서 명절을 보내게 해달라고 한다. 그래서 큰아들 ○○이에게도 물어보니 부모님이 보고 싶다고 한다. ○○이의 한마디에 ○○이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내가 부끄러웠다. 현재 ○○이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인하여 홍성의료원 정신병동에 입원중이라고 한다. “그래 설날 아침에 면회 가자”라고 ○○이와 약속했다.
○○이 아버님의 면회를 신청하고는 면회실에서 잠시 ○○이와 대기하고 있었다. ○○이는 기분이 무척 좋아보였다. 음식을 식탁위에 올려놓으면서 아빠가 보고 싶은지 ○○이의 눈길은 문 쪽만 바라본다. 잠시 후 ○○이 아버님이 들어오셨다. 하지만 ○○이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그래도 ○○이는 밝은 웃음을 보이며 아빠를 맞이하는 ○○이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이 어린아이에게서 느껴본다. ○○이는 아빠를 보자마자 만두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아빠 입에 넣어준다. 난 이 모습을 보고 ○○이가 얼마나 고운 마음씨를 갖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와 아버님은 서로 대화를 하는데 ○○이는 대답이 없다. 웃었다가 눈시울을 적시는 ○○이를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이에게 올 2004년에는 용기와 사랑을 달라고, 그리고 쉼터식구들에게 행복을 내려달라고...
짧은 면회를 뒤로하고서 ○○이는 아버지를 향해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로지 사랑과 그리움이 전해졌다.
아름다운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올 설날 아침! 나에게 너무나 뜻 깊은 명절이면서 나에게 참 된 실천과 봉사 교훈을 가르쳐준 설 명절날이다.<2005년 2월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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