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를 구할테니 너희는 부상병을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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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를 구할테니 너희는 부상병을 살려라”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6.07.0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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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제일장학회 김주호 이사장이 추억하는 故 한상국 상사

바닷가 소년, 해군장교의 꿈 이루다
한 상사 왼손 조타기 묶인 채 발견돼
광천제일장학회·총동창회 흉상 건립

 

▲ 광천제일장학회 김주호 이사장이 비가오는 날씨에도 한상국 상사의 흉상을 살피고 있다.

“한상국 상사는 보령시 웅천읍 무창포에서 1974년 1월 30일 태어났습니다. 관당초등학교와 웅천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천제일고등학교를 39회로 졸업했죠. 한 상사는 광천제일고 재학 당시부터 씩씩하고 교우관계가 원만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광천제일장학회 이사장이자 한상국 상사의 선배인 김주호 이사장의 말이다. 한 상사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를 접하며 자랐기 때문에 호연지기와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이 훗날 해군 장교가 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한 상사는 해군 부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하사로 임관을 하게 됩니다.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 참수리 357정 초계함에서 조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됐죠.”

한 상사가 임무를 수행하던 참수리 357정 초계함은 2002년 6월 29일, 북한의 불법 기습공격으로 반파되고 25명의 사상자(사망 6명)가 발생하게 됐다. 당시 한 상사의 유언이자 마지막 외침은 아직도 생생한 울림으로 남아있다.

“한 상사는 부하 사병들에게 ‘나는 배를 살릴테니, 너희들은 부상병을 살려라’는 말을 남기고 마지막까지 배를 지켰습니다. 한 상사의 유언과 정신은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교전 이후 한 상사는 시신 없는 영결식을 치러야 했지만, 42일 뒤 인양한 참수리 357정에서 한 상사의 시신은 왼손이 조타기에 묶인 채 발견됐습니다.”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마지막까지 조타기에 왼팔을 묶고 사투를 벌이다 배와 함께 침몰해 장렬히 전사한 한상국 상사의 마지막은 진정한 나라 사랑의 의미와 정신을 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당시 정부의 안일했던 태도와 대처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6용사가 나라를 지키다 전사했음에도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과 해군참모총장 그 누구도 문상 한 번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통탄스럽습니다. 또 당시 한·일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대통령도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죠. 그때부터 해군 2함대 사령부 주관으로 영결식이 매년 이어져 왔고, 전사자들의 추모식도 그렇게 초라하게 치러져 왔습니다.”

특히 김 이사장은 국가에서 6용사를 전사가 아닌 순직 처리한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후 2009년에는 한상국 상사의 이름을 딴 570톤 급 유도탄 고속함이 건조 돼 현재 해군 2함대 소속으로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활약 중이다. 또 2010년에 이르러서는 추모식이 국가 주관으로 격상됐으며, 대통령이 처음 참석했다. 또 지난해 9월 15일에는 대전현충원에 연평해전 6용사 합동 묘역이 조성됐고 순직에서 전사로 바뀌게 됐다.

광천제일장학회와 광천제일고 총동창회(회장 전용환)는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한상국 상사 흉상 건립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주호)를 발족, 모금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28일 제막식을 가졌다. 제막식 당시 김 이사장은 흉상 건립 경과를 보고했는데, 한 상사의 애국정신을 기리며 수차례 울먹이기도 했다. 제막식에는 한 상사의 유가족인 부모님을 비롯해 아내인 김한나 여사도 함께 참석했다.

제막식 이후 김 이사장은 흉상 건립 추진위원회를 흉상 관리 위원회로 전환, 흉상 관리는 물론 조경사업과 청결보존 등에 힘써 흉상 건립 지역이 호국보훈의 작은 성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광천제일고 학교 앞 도로를 ‘홍남로’가 아닌 ‘한상국로’로 바꾸는 데 앞장설 계획입니다. 또한 한상국 상사의 정신과 치열했던 전투를 초·중·고 교과서에 실어 많은 학생들이 본보기로 삼을 수 있도록 깨닫게 하는데도 주력할 방침입니다. 앞으로도 한 상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교훈으로 삼으며 발전해나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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