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물 쓰듯이 한다”는 말은 돈을 아주 많이 쓴다는 뜻이다. 물은 사람에게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물론 돈도 필요하고 과거에는 불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물, 불, 돈 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언어, 즉 말이다. 사람이 죽기 전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죽는 것은 물, 불, 돈이 아니라 말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말은 비수가 될 수 있다. 그 날카로운 비수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말은 비수이기도 하지만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일단 어느 곳에 박히면 평생토록 그 곳을 벗어날 수 없고 꽂힌 상태에서 살아간다. 말을 조심해야 되는 이유다.
필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자주성을 키워주고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인용된다. 물고기를 계속 그냥 주거나 받으면 나태해질 수 있고 영원히 남에게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물고기 잡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너무 굶어 고기를 잡기 위한 낚싯대를 잡을 힘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우는 사람은 최소한의 힘이 있는 사람이다. 최소한의 힘이 없는 상태에서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웠다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배고픔이나 굶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나의 경험이나 현재 상태를 토대로 말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내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말을 상대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오해를 야기한다. 그 오해는 나와 상대방에게 더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비난 받는다. 심지어 “너는 자기중심적이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상대방을 자기중심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 말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인지 자기중심적으로 말하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혹은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자기중심적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다. 상대방의 입장이라면 오히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네 말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혹은 “너와 다른 사람의 생각에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차이점을 서로 토의해 보는 게 좋겠다.”
“망치만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격언이 있다. 타인을 의심하면 그 사람의 모든 행동에 의심을 갖는다. 같은 말도 그 말을 듣는 사람의 필터에 따라 다르게 이해된다. 필터를 설명하기 전에 가까운 사람과 이런 게임을 한 번 해 보자. 먼저 5명 정도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에게 어떤 이미지를 보여준 후 다섯 명 중 첫 번째 사람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설명을 받은 사람은 두 번째 사람에게만 설명하는 방식으로 5명이 차례대로 설명을 들은 후에 각각 종이와 연필을 주고 자신이 설명 들은 것을 그려보라고 한다. 과연 그림은 어떻게 그려질까? 5명이 모두 같은 이미지를 그릴까? 가족끼리 해보면 더 흥미롭다.
필터는 그 사람의 태도, 경험, 의사소통 스타일, 문화적 배경, 고정관념, 관점, 신념, 지식, 그 당시 기분, 숨은 의도, 성별, 나이 혹은 세대에 따라 고유하게 내면화가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필터를 갖고 있으므로 말은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를 듣는 사람이 정확히 알아차리는 것은 무척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말을 너무 스스럼없이 한다. 정말 이해가 된 것인지 아니면 이해하는 척 하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물보다 많이 사용하는 말의 영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혹은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에 따라 자기(自己)가 만들어진다. 더 넓게 생각하면 상대방(자녀)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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