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소감
상태바
2016 리우올림픽 소감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09.12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종합 순위 8위로 마감했다. 금메달 10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종합순위 8위로 하계 올림픽 4회 연속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메달을 획득한 선수나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선수나 모두 많은 사연이 숨겨져 있었고,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사연들도 전해졌다. 메달획득과 관계없이 큰 감동을 준 선수도 있었고, 부상이나 탈락의 위기에서 오히려 더 빛이 난 선수도 있었다.

한국은 금메달을 예상했던 종목에서 대거 예선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랭킹 1위의 위치에서 금메달은커녕 예선 탈락의 수모를 겪기도 했고, 평상시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어이없게 탈락한 경우도 발생했다. 선수본인과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예선 탈락한 선수들은 대부분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보이는 선수도 많았다. 위로의 말이 필요한 선수들에게 오히려 악플이나 원망,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탈락한 선수들은 마치 형사나 민사 재판을 해야 되는 죄인이 된 듯 했다.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영웅과 화제의 인물이 되었고, 아쉽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덜 관심을 받았다. 메달을 예상했다가 획득하지 못한 선수들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죄책감을 표현했다.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야 되는 것인지, 세계랭킹 1위는 무조건 어느 대회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금메달을 따야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사람들은 흔히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연 이 말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1등 병에 걸렸다고 봐야될까?

올림픽에서 선수나 국민이 보여준 것은 우리나라 사회와 학교현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회는 항상 1등을 원한다. 기업도 1등을 원한다. 학교도 1등을 원한다. 1등은 한 명인데 나머지는 어떻게 해야 될까? 그 1등을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경주를 한다. 어원이 불분명한 단어가 있다. 초등학교에서 많이 회자되는 ‘올백’이다. 올은 모두를 뜻하는 영어의 all이고, 백은 숫자 100이다. 즉 전 과목 100점을 의미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시험 봐서 모두 100점을 받았다는 것은 혹은 전체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학생이 노력을 많이 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어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력해서 2등을 하거나 한 과목을 95점 받았을 경우에는 보호자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 2등이나 95점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을 칭찬하고 인정하고 격려하기 보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아이는 2등의 의미를 오해할 가능성이 보인다. 1등이나 100점을 받았을 때의 반응과 2등과 95점을 받았을 때의 반응이 너무 차이가 나서 1등은 존재하지만 2등은 존재하지 않거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3등과 4등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아동이 반복적으로 이런 경험을 12년 동안 하다가 성인이 되었을 때, 과연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경쟁이나 대회에서 2등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우리사회에 없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패자부활전’이다. 승자가 되지 못한 사람은 평생 패배자의 느낌을 갖고 살아간다. 필자는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 시합이 공정했는가? 그리고 재 시합은 없는가?”다. 복잡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수능이나 각종 심리검사, 인성검사, 면접만으로는 알 수 없다.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서는 더 알 수 없다. 사람이 성숙되거나 그 사람을 알아보려면 승자와 패자를 반복해서 경험해야 되고, 숫자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올림픽 정신은 금메달 획득이나, 몇 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나, 금메달로 국가의 순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과 노력, 실패를 통해 다시 희망을 갖는 것, 패자가 승자에게 진심으로 승리를 축하해 주는 것 등이다. 아이도 100점을 몇 과목 받았는지 또는 1등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오히려 미래에 어떤 꿈이 있는지, 현재 가장 재밌게 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몸은 건강한지, 지금 고민하는 게 무엇인지를 우리사회가 알아차려야 한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