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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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들판의 추억
  • 김종대<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칼럼위원>
  • 승인 2016.10.17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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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농촌들판을 바라보면 마음이 푸근해 진다. 풍년을 맞이하면 먹지 않아도 배불렀던 기억들이 있다. 올해의 풍년은 지난 3년에 4년 연속으로 총생산량은 420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황금벌판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심정이 그럴 수만도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쌀값 하락으로 촉발된 성난 민심을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물대포롤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317일 만에 숨졌다.  국가로부터의 폭력인 물대포의 직사살수로 사망에 이르렀지만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망의 원인까지 조작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정부에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면 될 것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농민들이 자신들의 목숨까지 바쳐가면서까지 왜 집회에 참여했는지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를 보면 이십년 전인 1996년에 80kg 쌀 한가마의 가격이 136,713원이었지만 20년이 지난 2016년 9월 15일 가격은 135,544원으로 더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동안 70% 상승한 소비자 물가로 환산하면 지금의 쌀값은 23만원이 넘어야 하지만 절대비교에서조차 오히려 하락했다. 쌀값 하락의 요인은 다양하다. 주식인 쌀을 대신하는 밀가루의 소비가 급증하였고 1인가구가 500만가구가 넘어서며 전통적인 식습관은 자연스럽게 변화되었다. 1985년 128.1kg 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작년에 62.9kg 으로 반으로 줄면서 쌀 재고량은 200만 톤을 넘어섰다. 유엔식량 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우리나라의 적정재고량 80만 톤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재고가 쌓인 셈이다. 곡물자급률이 23%로 OECD 최저수준임에도 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정부의 쌀 농업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개발성장의 시기에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 농산물인 쌀값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쌀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다양한 이유로 소비량이 줄면서 고스란히 피해를 받는 농민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세계화, 자유화의 흐름 속에서 시작된 FTA로 인해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 수입량은 매년 40만 톤이 넘는다. 대기업의 자동차와 핸드폰을 수출하기 위해 힘없는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했던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수입한 쌀이 가공용으로 쓰인다고는 하지만 어찌되었던 국내에서 생산된 쌀의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출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며 행해왔던 수출위주의 정부정책의 이익을 모두 가져간 대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폐해를 양산한 재벌구조를 만들었고, 대기업의 수출로 얻은 이익이 재투자로 이어져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낙수효과’가 허구였음을 경제불황의 그늘을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공산물의 경우에 생산자가 모든 가격결정을 하도록 되어있다. 재료비와 인건비, 기업이윤을 모두 계산해 제품의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한다. 농산물의 경우는 재료비, 인건비와 이윤을 포함해 농산물의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고 오로지 시장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제품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시장에 의해, 엄밀히 따지면 중간 유통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은 공산품의 가격결정과정과 비교해 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함께 연상한다. 시장경제가 공정하게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가 민주주의며 국가권력의 개입은 최소화 한다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을 은연중에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생산물의 가격결정이 시장에 맡겨져 있지 않다. 기초 농산물에 대한 가격은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수매하여 가격을 고시하고 판매하도록 개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너무나도 늦었지만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농업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황금들녘이 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은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의 아버지들은 일 년 내 자식처럼 애지중지 보살펴온 벼 나락들을 지키기 위해 논으로 향하고 있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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