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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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바라보며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6.10.25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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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知人)이 한통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 내용은 일리노이 대학교(어바나 샴페인) 대원원(한국인)이 2016년 일리노이대학교 최우수 음악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음악과 학생이 아니라 전자공학과 학생이라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메일에는 학과 홈페이지에 소개된 그 학생의 수상소식과 공연 장면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의 공연장면은 음악인지 퍼포먼스인지, 시(詩)인지 애매했으며, 오히려 이것이 융합되어 하나의 새로운 종합예술을 연출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청중은 모두 일어나 낮선 장르(?)의 예술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존 케이지도 ‘4' 33"’라는 곡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 덮개를 열고 4분 33초 동안 피아노만 응시하다가 한 번도 건반을 두드려 보지 않고 퇴장했다. 4분 33초 동안의 기침소리, 웅성거리는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백남준도 아무도 거들 떠 보지도 않는 TV모니터를 이용하여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고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그 경계선을 확장 시켰다. 이들처럼 진정한 예술가는 시대의 최전선에 서서 그 시대정신을 제일 먼저 수용하는 ‘아방가르드’인지도 모른다. 아방가르드는 전쟁에서 최전방의 낌새를 알아보는 척후병을 가리켰다.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은 프랑스 시인 랭보나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 딜런의 원래 이름이 로버트 알랜 지머맨(Robert Allen Zimmermen)이었지만 딜런 토마스에게서 영향을 받아 밥 딜런으로 개명했다. 프랑스의 천재시인 랭보는 17살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20세에 절필한 괴짜시인이다. 그가 어린 나이에 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문학사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미의식(美意識)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랭보는 그 이전에 아무도 체험해 보지 못했던 근대도시의 군중의 이미지를 시속에 끌어들여 이것을 아름다움의 경지로 승화시켰다.

노벨문학상을 시상하는 스웨덴의 한림원은 밥 딜런이 “위대한 미국의 노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왔기 때문(for having created new poetic expressions within the great American song tradition)”이라고 노벨 문학상 시상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위대한 미국의 노래전통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며, 문학상을 주는 자리이기 때문에 문학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도 넌센스다. 최초로 위대한 미국적 시인의 탄생을 알리는 ‘풀잎’을 휘트먼이 발표했을 때 에머슨은 휘트먼의 실험적 언어 사용에 경배를 표했었다. 최초의 미국적인 소설을 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도 미국적인 토속 언어 실험과 인간의 자아 확장이라는 커다란 문학적 주제를 다루었다.

밥 딜런의 노래가사에 이런 문학전통과 새로운 시도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림원의 다니우스 사무총장은 “5000년 전 호머와 사포는 노래로 불릴 것을 의도하고 시적인 텍스트를 썼는데, 밥 딜런도 똑같은 길을 걸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는 오랫동안 구전(口傳)되어 오던 것을 호머가 기록한 것이다.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시상을 놓고 노벨문학상의 영역을 확장하기라는 긍정적 측면으로 이해해야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어딘가 그 논리는 궁색하다. 영국작가 어빈 웰시(Irvine Welsh)같은 이는 “이번 수상은 노망나 횡설수설하는 히피의 냄새나는 전립선에서 짜낸 변변치 못한 노스탤지어에 주는 상(this is an ill-conceived nostalgia award wrenched from the rancid prostates of senile, gibbering hippies)”이라고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스웨덴의 한림원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이런 갑론을박의 흥행(?)을 노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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