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경로당’ 운영해 어르신 화합 다지는 내갈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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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경로당’ 운영해 어르신 화합 다지는 내갈마을
  • 글=장나현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1.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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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 있는 농촌마을사람들 <35>
농촌마을의 위기 극복한 희망스토리를 만나다-갈산면 내갈리 내갈마을

65세 이상 식대 3000원 지원·운영하는 모범마을
마을특산물 고들빼기 서울 가락시장서 최고 인기  
마을 처녀 사모… 상사병 걸려 죽은 동자승 전설
중요무형문화재 임석환, 지역발전 기여한 이건엽 

▲ 내갈마을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서 담소를 나누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내갈마을 개관 
갈산면 내갈리 내갈마을은 갈산면사무소에서 수덕사방면으로 29호 국도를 따라 약 1km 떨어진 마을로 면내가 가까워서 편리하다. 마을 뒤로는 높이 143m의 야트막한 앵봉산(꾀꼬리봉)이 솟아 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의 앵봉산은 색색으로 물들어 양 날개를 펴고 마을을 감싸 안은 모습이다. 갈산과 내갈마을 모두 지명에 칡 갈(葛)자가 들어간다. 마을에서는 과거 칡농사를 주로 지었다. 주민들은 학교를 끝마치면 칡을 캐려 다녔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한다. 간식이 없던 시절 칡이 귀했다. 칡은 소화를 도와주고 신트림을 막아주었다. 

칡 농사를 짓던 자리는 현재 고들빼기가 대신해 마을의 특산품으로 30년 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내갈마을에서는 50가구가 고들빼기 농사를 지어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고들빼기는 7월 중순에 심어서 9월 20일경부터 11월 초까지 수확한다. 쓴맛 때문에 벌레가 끼지 않아 약품을 칠 필요가 없다. 내갈마을의 고들빼기는 인기가 있어 상인 3명이 서로 가져가려고 한다. 고들빼기는 주로 서울 가락시장 경매시장에서 4kg당 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 내갈마을의 야트막한 앵봉산이 마을 전체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내갈마을의 인물

▲ 임석환 선생.

임석환(71) 선생은 우리나라 단청계의 거목으로 2005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으로 지정받았으며 2006년도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을 재지정 받았다. 임 선생은 유년시절 어머니를 따라 절을 다니며 보았던 불상의 아름다움과 단청의 색감에 깊이 매료됐다. 이후 스무살이 되던 해 서울로 올라온 임 선생의 그림 재주를 알아본 사촌형의 소개로 불교미술의 대가인 스님을 소개했다. 이후 경남 하동의 쌍계사에서 혜암스님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불화연습을 했다. 임 선생의 열정과 혼이 담긴 단청과 불화는 수덕사, 양산 통도사, 부산 범어사, 서울 진관사, 강화도 전등사,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문수암, 청도 운문사 등에 있다. 임 선생은 현재 경기도 거주하면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 이건엽 선생.

이건엽(99) 선생은 평생을 홍성지역 발전과 교육문화 발전에 힘써왔다. 전북 고창 고보 5년제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범과 5개월을 수료하고 28세에 고향에 내려온 이 선생은 갈산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후 교장으로 정년을 마쳤다. 배움에 목마르던 시절, 갈산중학교를 세운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 이 선생은 갈산중학교뿐만 아니라 가곡초, 광성초, 안면도 신야초, 갈산고등학교, 혜전대학, 청운대학교 등 지역 내 학교설립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또한 와룡천 제방공사와 홍주이씨 종친사업 등을 펼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갈산중학교 운동장에서 성대하게 백수연을 치렀다. 이 선생은 현재 내갈마을에서 거주하면서 여전히 지역 내 문화역사 연구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내갈마을의 전설 
마을의 위쪽으로 쭉 올라가다 보면 금배뜸에 500년 된 도지정 보호수인 홰나무와 나무밑에 옹달샘이 있다. 마을에는 옹달샘에 관한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주민 임태환 씨는 옛어르신들로부터 들은 전설을 이야기해줬다. 옹달샘 위쪽에 작은 암자에 노승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노승은 동자승을 들이게 된다. 자신의 후계자로 삼고자 동자승에게 불경을 가르치며 불사에 전념하고 있었다.

동자승은 마을의 유명한 약수로 알려진 옹달샘에 매일 물을 길어다 암자의 식수로 사용했었다. 아이였던 동자승은 어느덧 사춘기가 되었고 여전히 아침마다 물을 길러 다녔다. 이른 새벽 물을 길러 다니던 동자승은 아랫마을에서 물을 길러온 처녀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서로를 흠모하던 두 사람은 노승에게 사실을 들키고 동자승은 책망을 받게 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처녀는 서들러 부잣집에 시집을 가고, 동자승은 처녀를 생각하다 상사병에 결려 식음을 전폐하다가 죽고 만다. 

▲ 500년 넘은 홰나무와 잿샘.

철철 넘쳐 흘렀던 옹달샘은 물이 점점 줄어들어 한두방울씩 떨어지게 되고 홰나무 가지가 부러지는 등 변고가 일었다. 노승은 동자승의 영혼을 달래주려고 해마다 동자승이 죽은날과 정월대보름날 큰재를 올렸다. 이후 옹달샘을 잿샘이라고 부르게 됐다. 마을사람들은 잿샘이 홰나무와 함께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임태환 씨는 전설을 모티브로 재구성해 단편소설 ‘잿샘’을 쓰기도 했다. 
 
내갈마을 행복경로당 
내갈마을은 홍성군선정 행복경로당으로 지정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원을 받고 있다. 군에서는 65세 이상 노인회원 여자 40명, 남자 26명의 어르신들에게 매일 3000원씩의 식비를 지원해준다. 갈산면에서는 내갈마을과 노동마을에서 행복경로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대걱정 없는 어르신들은 매일 마을회관에서 40명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으며 특별한 저녁일정이 없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은 저녁까지 마을회관에서 해결한다. 식비를 최대한 아껴 사용하고 여윳돈으로 어르신들의 단합을 다지기 위해 가끔씩 외식을 하기도 한다. 

또한 내갈마을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한 시간씩 체조와 요가를 한다. 총무업무를 맡고 있는 최영권 사무장은 “마을의 노인회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고 단합이 잘돼 홍성군에서도 내갈마을이 모범마을로 꼽히고 있습니다. 평소 운동이 부족한 어르신들의 혈액순환을 돕고 건강이 좋아졌다고 하는 분들도 많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지요. 식비걱정 없이 함께 둘러앉아 점심을 먹으니 주민화합도 잘 됩니다”라고 말했다. 

▲ 마을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마을 어르신들이 요가수업을 하고 있다.

이장의 마을소개 
내갈마을은 130가구 200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면내가 가까워 어르신들 장보기도 편하고, 고들빼기를 특산물로 재배하고 있는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꾀꼴봉이 마을을 어머니처럼 포근히 감싸주고 마을에는 볕이 잘 들어 따뜻하며 넓은 들이 펼쳐져 있지요. 야트막한 산이지만 산새가 좋아서인지 마을에는 암자인 청용암, 정은사가 있으며 성도교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반농사보다 수익이 좋은 고들빼기 농사를 갈산에서는 내갈마을에서 처음 시작해 인근마을로 퍼지기 시작했지요. 약을 안해도 되는 고들빼기는 상인들이 서로 가져가려고 한답니다. 1970년대는 600명의 주민이 살 정도로 많은 주민들이 살았으나 현재는 인구가 200명으로 많이 줄고 고령화 되었습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도 걱정없이 행복경로당을 운영해 식대걱정 없이 주민들의 식단을 해결하고 화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 경주최씨 사당.
▲ 갈산면 내갈마을회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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