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유산 ‘세계유산 등재’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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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유산 ‘세계유산 등재’ 길 열리나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12.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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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충남 천주교 유산 세계유산 등재 위한 학술대회

충청남도가 도내 천주교 종교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지역의 천주교 역사와 문화유산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계유산 등재 추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충남 천주교 유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가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 전문가와 지역 주민, 신자 등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9일 당진 솔뫼성지 성당에서 열렸다. ‘충남지역 천주교 유산의 특징’을 주제로 충남도가 후원하고, 충남역사문화연구원과 천주교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가 주최·주관한 이날 학술대회는 주제발표와 토론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남궁영 부지사는 축사를 통해 “충남은 한국천주교의 못자리와도 같은 곳이며,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남을 찾은 것도 천주교 선조들이 순교를 통해 남긴 사랑과 평화, 공존의 정신에 대한 추념과 찬사를 위한 것이었다”며 “앞으로 도에서는 국내·외 천주교 유산과의 비교연구 및 기초 작업을 통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도출하고, 천주교 유산에 대한 지속가능한 보존관리 계획과 활용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내포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인 방상근 박사가 ‘충남지역 천주교의 형성과 특징’을, 내포교회사연구소장인 김정환 신부가 ‘천주교 신앙 유산과 충남지역의 특색’을, 신합덕천주교회 김문수 주임신부가 ‘충남지역 천주교 건축유산의 현황과 특징’을 주제로 각각 가졌다.

방상근 박사는 발표에서 “박해시대 충남 지역은 한국교회의 요람이자 중심지였고, 순교자의 못자리였으며, 최초의 방인사제가 태어난 곳이자, 제5대 조선대목구장의 사목 거점이었다”며 “이러한 점에서 충남 지역 천주교는 당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김정환 신부는 “내포 천주교회는 뿌리 깊은 역사로 인해 한국 천주교의 문화유산과 유형유산, 무형유산과 그 흔적들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주임신부는 “일제강점기 성당·공소는 유럽의 뛰어난 성당 건축과는 외형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지만, 서민들의 힘으로 서민들을 위한 성당(공소)을 건축했다는 점은 신앙에 충실했던 순교자들의 후예다운 신앙심의 표현 이었다”고 말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충남지역 천주교가 세계에 알려졌고, 한국천주교회의 위상도 그만큼 격상됐다”며 “이제는 순교자에 이어 후손들이 살아간 건축유산을 중심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초점을 맞출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남도는 지난 4월 천주교 대전교구와 ‘충남 천주교 종교유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을 통해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충남도는 내년 7월까지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2018년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신청을 할 계획이다. 충남도내 문화재로 지정된 천주교 관련 유적은 △당진 솔뫼마을 김대건신부 유적, 합덕성당, 신리 다블뤼주교 유적지 △해미읍성 회화나무, 서산 동문동 성당, 서산 상흥리공소 △공주 중동성당, 황새바위 천주교 순교 유적 △논산 강경성당 △예산 여사울 이존창 생가터, 예산성당 △천안 성거산 천주교 교우촌터 △아산 공세리성당 △보령 갈매못 천주교 순교지 △부여 금사리성당 등 9개 시·군 15건에 달한다.
하지만 충남지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천주교 홍주순교성지가 제외돼 홍성군을 비롯한 홍성성당, 홍주성지성당 관계자는 물론 신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순교의 땅’으로 불리는 홍성은 최근 충남도청소재지가 되면서 해미와 함께 내포지역의 대표적 순교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해미성지는 포함됐는데도 불구하고 홍주순교성지가 제외됐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791년 신해박해 시기부터 1866년 병인박해 때까지 80여 년간 홍주는 ‘순교의 땅’이었다.

천주교 홍주순교성지는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친 순교자가 1000여 명을 헤아렸고, 그 가운데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 212위에 이른다. 이 중에서 1791년 신해박해로 잡힌 ‘내포의 첫 순교자’ 원시장(베드로, 1732∼1793), 1799년 기미년 박해 때 순교한 방 프란치스코(?∼1799)와 박취득(라우렌시오, ?∼1799), 1801년 신유박해 때 피를 흘린 ‘백정 순교자’ 황일광(시몬, 1757∼1802) 등 4위가 2014년에 시복돼 ‘영광의 땅’이 됐다. 이러한 순교성지가 충남지역의 천주교 종교유산 세계유산 등재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다.

홍주순교성지 최교성 주임신부도 “충청남도가 도내 천주교 종교유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문화재로 지정된 성지만을 우선 대상으로 했다는 설명”이라고 전하며 “홍주순교성지는 충청도의 첫 순교 터이며 예비자들의 모범성지이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순교자가 많이 나온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성지”라며 “홍주성을 중심으로 곳곳이 순교 터이고 순교자들의 증거와 얼이 배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며 "이들 성지에는 증거 터와 순교 터 등 6개 코스(증거 터 홍주목 동헌을 시작으로 순교 터인 홍주옥, 증거 터인 홍주진영(경사당 터), 증거 터인 저잣거리, 순교 터인 참수 터(월계천 북문교), 순교 터인 생매장 터(월계천과 홍성천 합수머리)로 이어지는 순교 터)로 나눠 순례지로 삼고 있는 만큼 천주교 종교유산 세계유산 등재에서 빠질 수 없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성지”라고 강조하고 “성당 관계자를 비롯해 신자들도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하며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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