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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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57>
  • 한지윤
  • 승인 2017.04.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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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우린 굉장한 미인이라고는 할 순 없겠지만 아무튼 매력이 있는 여자들이라고 자부하고 있죠.”
그날 밤 8시에 대학로에서 만났을 때 소영이가 꺼낸 말이었다.
소영이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컨트리맨은 어딘가 자신감을 잃고 있는 듯 보였다.
“미인입니다. 충분히 미인일 거예요.”
컨트리맨은 소영과 연숙에게 정정하듯 발언을 했다.
“그래요? 대단히 고마워요.”
세 사람은 대학로의 뒷거리를 거닐고 있었는데, 그 때 뒤에서 ‘아가씨! ’하고 소영이를 불러 세우는 소리가 들렸다.
<바아 B>라는 맥주집 앞에 서있던 샌드위치맨이었다. 그는 왼손에 맥주집 살롱 간판을 높이 쳐들고 오른 손으로는 지나가는 남녀들에게 쉼 없이 살롱의 입구 쪽을 가리키면서 호객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로?”
“얼마 전에 신촌에 있었댔지?”
 샌드위치맨은 반말로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러지? 신촌에 간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 곳에 열 시간 이상 머문 일은 없지.”
소영이도 반말로 대답했다.
“그래……”
“아저씨 때문에 이 살롱엔 손님 많겠어요?”
연숙이가 한 마디 끼여 들었다.
“난 명동으로 갈 거야.”
소영이가 잘라 말했다.
“명동이라니 왜?”
하고 말을 거는 컨트리맨의 옆구리를 소영이가 한 번 쿡 찔러 입을 막았다.
“그래, 명동의 카페는 분위기가 좋은 모양이지?”
샌드위치맨은 소영이가 카페에서 일하는 여자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가게에서 일 잘하고 있어?”
“응, 그런 것 같애.”
“얘는 하여튼 인기가 대단하니까.”
연숙이가 보증을 하듯 말했다. 소영이는 이전에 만둣국 빨리 먹기 시합에서 일등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럴 것 같군. 재미가 없으면 우리 살롱으로 오라구. 주인한테 얘기해 줄 테니까……”
“그럴까……지금은 어디서든 오래 견뎌 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이 쪽으로 올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해.”
샌드위치맨인 사나이와 헤어져 세 사람은 다방에 들어가 앉자, 소영이가 마치 동생에게 주의를 시키듯이 말했다.
“이 세상 여자들 가운데는 우리들같이 거짓말투성이들도 있으니까 여자들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음 안 돼요.”
“정신 바짝 차리겠습니다.”
컨트리맨은 정말 정신 차려야 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들이란 여자를 보기만 하면 말 상대를 삼아 보려고 생각하고 재빨리 접근해 오는 거예요.”
“그런가요? 전 아직 그런 자신이 없는데요.”
“한 번 눈여겨봐요. 여자들만이 걸어가고 있으면 곧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니까.”
이윽고 소영과 연숙은 정석이와 헤어져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시간은 벌써 밤9시를 지나고 있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고 그들은 어떻게 보면 한결같이 피로가 전신에 배어 있는 듯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도시의 밤에, 사람들은 무언가 자극적인 것을 찾아 비좁은 보도에서 꿈틀 거리고 있었다.
“참 좋은데, 이렇게 걸어가고 있자니 공부의 괴로움도 다 잊게 되는 것 같은데……”
컨트리맨이 도시의 밤거리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어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녀들의 뒤를 5~6보 뒤쳐져 따라 걸었다.
그녀들이 천천히 맥주홀 앞을 지나가려고 할 때 누군가 뒤에서 ‘아가씨……’하고 불렀다.
‘실례하지만……괜찮으시다면 맥주 한 잔 같이 하실까요……“
사나이들은 모두 다섯 사람이었다. 네 사람은 젊은 층이었고 한남자만은 딱 바라진 중키의 중년이었다.
“좋아요……”
소영은 5~6보 뒤쳐져 따라 오고 있는 정석이에게 눈으로 슬쩍 신호를 보내고 나서 다섯 청년들을 따라 맥주홀로 들어갔다. 남자들은 2차 아니면 3차 술인 것 같았지만 아직은 그렇게 많이 취한 정신은 아니었다.
“아가씨들, 진짜로 둘 뿐이죠……”
“그래요.”
“똑똑해 보이는데…… 밤거리를 그렇게 둘이서 다니면 위험하지.”
젊은이들 중의 하나가 말을 했다. 그러자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우리들같이 나쁜 남자들이 있으니깐……”
하고 말참견을 해 왔다.
“아냐, 똑똑해 보이진 않는데……”
중년의 사나이가 반대로 비꼬는 듯 말을 했다.
“이런 곳에 밤늦게 따라 들어오는 여자라면 결코 똑똑하다고 할 순 없지.”
어느새 컨트리맨이 소영의 바로 옆 자리에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대체적으로 여자가 이런 품행을 지닌 것은 자신에게 마이너스야.”
중년의 사내가 말했다. 마치 친절하고 신사적인 남자의 말투였다.
“그야 물론 잘 알고 있겠죠. 그러한 대사는 이 아가씨들이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지겹게 들어 왔는지 모를 일이죠. 분명히 손해되는 경우만 있는 거니까……그리고 우리들은 이미 여자를 선택한 이상은……”
<계속>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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