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2>
Cartoonist&Architect 신명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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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 사람이 희망이다<2>
Cartoonist&Architect 신명환 작가
  • 글=한기원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5.2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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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oonist&Architect 신명환 작가
신명환 작가의 작품 ‘당당토끼’작품 속 원안의 사진이 신명환 작가의 모습.

웃음·눈물·감동 선사하는 우리 시대의 동반자


신명환 작가에게 붙는 수식어는 한 둘이 아니다. 건축가에서 시작해 만화가, 만평작가, 설치미술가, 카투니스트, Cartoonist & Architect 등등 참으로 많다. 만화가들은 보통 명함이 없다. 작품이 명함이자 얼굴이 명함인 만화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카투니스트 신명환(50)작가는 명함을 갖고 다닌다. 그런데 그가 내민 명함에는 낯선 영어 단어 하나가 눈에 띈다. ‘건축가’를 뜻하는 ‘Architect’다. 만화가는 본업, 건축가는 부업이라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건국대학교 건축학과와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만화가가 된 그가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명함에 반영한 것일 뿐이다. 이에 대해 신 작가는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건축가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건축가라면 집이나 건물 같은 공간만 설계하는 일로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저같이 만화나 설치미술로 새로운 문화공간이나 도시공간을 설계하고 창조하는 일까지도 확장해서 이야기하거든요”라는 설명이다. 신작가 개인홈페이지 www.kudeki.com 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월간 시사만화잡지 ‘시사만평’에 카툰을 연재하면서 데뷔한 신명환 작가가 데뷔 10년 만인 지난 2003년에 첫 작품집을 펴냈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제목을 패러디한 ‘도고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초록배매직스)이 그것이다. 책 전체를 직접 디자인한 이 작품집에는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조인스닷컴’에 연재했던 100여 컷이 실려 있다. 한 칸짜리 카툰도 있지만 한 페이지 만화도 있고 예전에는 한 페이지로 선보인 만화의 한 컷 한 컷을 한 페이지로 처리하는 등 형식적인 실험만화도 들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도고’(DOGO)라는 이름의 고양이. 공식적으로는 ‘도도한 고양이’이라는 뜻이지만 ‘도둑고양이’라는 뜻도 숨겨져 있다. 즐거울 때도, 안타까울 때도, 슬플 때도 늘 표정 변화가 없는 ‘도고’와 친구 사이인 쥐, ‘도고’와 쥐에게 항상 당하기만 하는 사람(‘도고’의 주인 같지만 주인은 아니다)을 주인공으로 작가는 욕망과 의사소통의 문제, 그리고 쾌락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 신 작가는 “대사보다는 색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각적인 면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큰 재미를 주기보다는 한 장 한 장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신명환’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찾기는 쉽지 않다. ‘KUDEKI’라는 필명으로 책을 냈기 때문이다. ‘구더기’의 사투리인 ‘구데기’를 영어로 옮긴 ‘KUDEKI’는 대학교 1학년 때 붙은 별명이란다. 신입생 환영회 때 ‘동물농장’ 노래를 개사해 “화장실에는 구데기∼ 나는 봤다, 나는 봤다”고 부른 뒤 ‘구데기’로 불리게 됐다고 소개한다.

“‘시사만평’에 데뷔할 때부터 ‘KUDEKI’라는 필명을 썼습니다. 똥을 먹고 사는 구더기처럼 더러운 정치판을 비판하면서 먹고 산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했지요. 그 후 쭉 ‘KUDEKI’라는 필명을 써 와 이제는 제 이름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언젠가 한 100명 정도 모인 호프집에서 종업원이 큰 소리로 ‘구더기씨’를 찾을 때는 계면쩍더군요.”라며 씨~익 웃어넘긴다.

한편 지난 2010년 3월에는 MBN의 ‘다큐멘터리 M- 놀이형 아티스트 신명환 작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카툰과 설치미술의 크로스 오버를 꿈꾼다, 신명환의 즐거운 카툰공작소’ 편으로, 신명환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대학 시절, 건축을 전공했던 신명환 대표가 IMF의 여파로 경기가 어려워지자 취미로만 그려오던 만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찾은 한 전시관에서 일본 작가의 조형물을 본 후 감명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 바로 ‘깔깔깔 구르기’였다고 한다. 60여 개 다이어트 짐볼에 다양한 캐릭터들을 그려 넣어 한 공간에 풀어놓는 ‘깔깔깔 구르기’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좋아하는 작품이다. 신 작가는 이 작품으로 2009년, 콘텐츠진흥원 1인 창조기업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재미있고 즐겁게 표현하여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만화가에서 설치 미술가, 그리고 대학 강사까지 누구보다 바쁘지만 꿈을 꾸며 살아가는 즐거운 놀이형 아티스트 신명환의 카툰 공작소를 공개했던 것이다.


■신명환 작가의 작품 ‘당당토끼’
“ ‘당당토끼’는 왜 당당할까? ‘깔깔깔 구르기’ 작품을 보면서는 깔깔깔 웃는 웃음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얘들의 생김새나 색감, 재료도 중요하지만 제 작품이 나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 벌어지는 일이나 일상에 생활, 행동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카툰과 설치미술을 통해 놀이형 예술을 창조해내는 신명환 작가를 만나면 유쾌하다. 큐레이터와 작가 사이엔 ‘전시’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이 둘은 공통된 지향점을 공유 하지만, 예술을 창조해내는 프로듀서로서 피할 수 없는 경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명환 작가는 달랐다. 공간과 시간에 제약이 큰 설치작품임에도 소통은 원활했다. 최근 작업들은 현대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려는 작가의 전시 콘셉트와 제법 잘 어울린다. 작품이 무겁지 않아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 현대 미술이 주는 소재의 다양함이나 작가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함으로서, 큐레이터의 숨통을 트이게 만든다.

“설치와 카툰을 구분해서 얘기할 수는 없고요 서로 연관성이 있어요. 따로따로 보면 카툰이고, 조각이든 사진이든 회화작품이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제가 꿈꾸고 있는 세상에 필요한 오브제들이예요.” 작가는 자신이 새롭게 창조한 캐릭터 이자 설치작품인 ‘당당토끼’를 소개했다.
“금메달을 못 딴 선수들이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는 걸 봤어요. 이기는 것만이 최선이고 1등만 주목받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어요. 정당하게 경쟁하고 똑같이 노력했다면 당당한 꼴찌도 어깨를 펴야한다고 생각해요. 뻔뻔함과는 다른 것이지요.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자존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하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작가의 감성적인 설치미술작업은 ‘당당토끼’가 처음은 아니다. 작가가 전시를 처음 접한 것은 ‘깔깔깔구르기’라는 작품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공으로 동심을 표현했다. 또한 광명 업사이클아트센터 야외에 전시된 작품들 중에 신명환 작가의 작품 ‘넘쳐도 괜찮아’는 버려지는 안전모와 버려진 자동차를 소재로, 관람객들에게 “안전에 대한 행동이나 인식은 지나침이 없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광명동굴에서 착용하던 안전모 500여 개를 활용하여 만든 이 작품은 안전모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페인트를 칠해 신호등의 이미지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한 번 더 강조한 작품이다.


■설치 작품이 어렵지만, 재미가 있어
신명환 작가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카툰작가이기도 하고 설치미술가이기도 하다. 소재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재다능한 멀티아티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투자를 받아 진행한 전시가 있었는데, ‘아트&쿡’이라는 전시로 요리와 음식을 주제로 마련된 기획전이었습니다. 생소한 주제인 음식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많은 고심을 하였습니다. 음식은 뻥튀기로 준비 했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다루기 쉬운 뻥튀기 5박스로 전시 준비를 했습니다. 전시이름은 ‘뻥品shop’으로 했습니다. 명품 로고를 뻥튀기에 이쑤시개로 새겨 넣었습니다. 명품 제조 회사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기업입니다. 뻥튀기된 환상을 소비자에게 팔며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는 모습을 뻥튀기로 표현한 것입니다. 또, 자이언트 짐 볼 60여 개를 사서 그곳에 다양한 표정을 넣어 전시 했습니다. 이름은 ‘깔깔깔구르기’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던 기억이 선합니다. 또 상품 포장 등에 사용되는 뽁뽁이를 이용해서 옷을 만든 적도 있습니다. 뽁뽁이는 흔히 형태가 변형되지 않을 상품이나, 조심하게 취급해야 할 제품 보호에 사용합니다. ‘취급주의’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었습니다. 취급주의라는 제목은 아이들이 보호해야 할 존재로 인식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뽁뽁이를 이용해 옷을 재단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추억의 놀이터 코너에서는 딱지 치던 기억을 살려서 딱지를 소재로 전시를 했습니다. 전시 제목은 ‘花딱지’였습니다. 딱지를 치면서 너의 화를 풀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은 것이었습니다. 작품 명 대부분에 중의적인 표현이 사용됐습니다. 병으로 공주를 만들어 놓고 ‘공주병’이라는 작품명을 붙이거나, 뽁뽁이로 핸드폰 모형을 만들어 놓고 잘 터지는 핸드폰이라 붙이는 것도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모든 전시는 카툰을 응용한 것입니다. 카툰을 응용하였지만, 소재는 뻥튀기나, 뽁뽁이 등이기에 전에 진행한 전시 작품을 오랜 기간 보관 할 수 없습니다. 항상 닳고 없어지는 작품이기에,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해야 했습니다. 카툰을 설치하면 설치작품, 공간을 꾸미면 공간 작품이 됩니다. 설치 작품이 어렵지만, 재미가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한 분야로 관심이 많습니다”라고 전시와 관련된 설명을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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