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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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70>
  • 한지윤
  • 승인 2017.07.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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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그러나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의 원형은 뭐니뭐니해도 카사노바죠, 만일 카사노바같은 사람이 있다면 난 그 앞에 꿇어앉아서 ‘카사노바씨 하룻밤이라도 좋으니 제발 저에게로 와 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란은 분위기를 만회하려고 애를 썼다.
“오게 되면 돈은 얼마쯤 줍니까?”
연숙이가 빈정댔다. 이 질문도 타이밍이 아주 좋았으므로 모두가 다시 한 번 낄낄대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군요,”
이미란은 조심해 하면서 적의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이성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난 남자가 갖고 있는 모든 악과 또 멋을 모두 갖추고 있는 L씨와 8년이나 함께 생활했어요. 여자로서의 슬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L씨의 아내였었다는 것. 그렇게도 멋있는 예술의 천재하고 해야 할 사나이의 아내였었다는 추억이 지금도 내게 살아가는 보람과 용기를 주고 있어요. 이런 여자의 마음을 남자들이나 결혼해 보지 않은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남성 측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머저리 같은 기자는 가장 깊은 찬동의 표시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소영이가 갑자기 일어섰다. 일어서자마자 그녀는 이미란이 앉아 있는 의자의 다리를 걷어차서 쓰러뜨렸다. 우직끈 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란의 비계덩어리 육체는 철부덕 하며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이게 무슨 짓 이예요?”
비계덩어리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로 외쳤다.
“이런 실례의 짓을 하는 여자가 어디 있어.”
쓰러져 있는 채 외쳤다.
“실례는 이미란씨가 하고 있어요. L씨가 자살한 후에 당신은 강규진이라는 남자와 결혼했고 그 남자의 딸까지도 두고 있으면서도 걸핏하면 자기는 L씨의 아내였었다고 내놓으라는 듯이 말하고 다니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당신이 낳은 딸에 대한 실례가 아닌 가요!”
소영은 놀란 나머지 이미란을 일으켜 세우려고 일어선 기자들을 향해 단호히 말했다.
‘남자의 매력, 여자의 매력’ 이라는 좌담회에는 참석하려 했지만 ‘암놈의 매력, 수놈의 매력’이라는 좌담회에는 참석할 의사가 없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다음 날 잡지사의 친구로부터 항의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소영은 솔직히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고 분명히 잘라 말했던 것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얘. 나도 50살쯤 되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작정 이니까!”
 

삽화·신명환 작가


머저리들의 결혼 행진곡

“얘, 얘, 이런 앙케이트가 왔는데 너 어떻게 생각하니?
캠퍼스 학생회관 식당에서 소영이가 햄버거를 먹고 있을 때 옆좌석에 있던 희진이가 소영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뭐야?”
먹고 있던 햄버거를 손에 든 채 소영은 엽서를 받아 읽어 보았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적혀 있었다.

--- 우리 두 사람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3년 동안 교제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 결혼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에도 양가 부모님의 승낙을 받지 못해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우리 두 사람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여, 우리 나름대로 떳떳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장래의 전망이 결코 불행이 아니라는 것과 서로의 행복을 확인하기 위하여 다시 한번 민주적인 방법으로 널리 제 삼자의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그 다음에 우리의 결혼 문제를 최종적으로 명확히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엽서의 앙케이트가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젊음으로 감싸주시기 바라며 이러한 우리 두 남녀의 순수한 취지에 미흡하지만 성의 있는 회답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
<계속>

<이 연재소설과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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