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말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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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말의 품격’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7.08.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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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람은 하루에 몇 마디의 말을 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백 마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이란 그 사람의 됨됨이나 인품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시다. ‘말의 품격’ 책의 저자 이기주 작가는 “온당한 말 한 마디가 천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라고 썼다.

최근 한 국회의원의 말이 군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5일 홍성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여한 홍문표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우리는 사드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 소녀상은 특정인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행사에 참석한 군민들의 반발을 샀다.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한 참석자가 분노하며 항의하기도 했는데 홍 의원은 “당신 지금 북한 사람이야?”라고 따지듯 내뱉어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곧 몸싸움이 벌어졌고 홍문표 국회의원 수행원들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한 군민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에 지난 18일 예산홍성 민주시민연대, 예산역사연구소, 예산문화연대, 홍성YMCA,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홍성문화연대, 대전충청평화의통일을여는사람들, 참교육학부모회 홍성지부,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회가 평화의 소녀상 앞에 모여 홍문표 국회의원 홍성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예산홍성민주시민연대는 규탄식에서 “홍문표 의원이 제막식에서 보인 모든 언행을 사과하고 공인으로서 당장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하며 “한반도가 평화와 통일의 시대로 넘어가는 이때에 전쟁을 부추기고 불안을 조성하는 홍문표의 말은 한국사람인지 의심스럽다”라고 밝혔다.

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은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평화를 지킬 것이다”라고 말하며 “홍의원 사무실 앞에서 릴레이 국회의원 사퇴 1인 시위도 벌일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용일 평화인권연대 집행위원장은 “민주주의를 얘기하면 빨갱이고, 평화를 얘기하면 북한사람이냐”라고 말하며 “홍문표 의원의 사죄가 없는 한 법적 조치와 항의를 계속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홍성평화의 소녀상은 군민들의 자발적 노력에 의해 세워졌으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기억의 역사를 돌아보고 평화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가 있는 상징물이다. 그런 제막식에 국민을 대표해 선출된 의원의 언행은 신중했어야 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던 지난 주말, 평화의 소녀상 어깨에는 누군가 씌어준 우비를 입은 채 단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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