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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 많지만 구제역과 AI도 비껴간 청정마을희망을 일구는 색깔 있는 농촌마을사람들
<17> 구항면 장양리 장양마을
  • 취재=허성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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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양마을회관에서 동네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누는 주민들.

홍성군 구항면 장양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3개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가 선택한 길은 매우 좋지 않았다. 구항면 소재지에서 은하면 방향으로 2km 정도 달리다가 우회전해서 들어갔는데, 비포장도로였다. 앞서 가던 트럭을 따라가게 됐는데 흰 먼지를 뒤집어 써야만 했다. 초행이었던 기자가 내비게이션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간 것이지만 마을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가장 안 좋은 길로 왔다고 말했다.

사실 원래 포장된 길인데 상수도 공사 때문에 파헤쳐진 상태라고 했다. 그 길 말고 홍성과 서산을 잇는 왕복 4차선 국도에서 구항우체국 쪽으로 나와서 벌리마을을 거쳐 들어오면 상태가 좋다고 알려줬다. 기자가 마을을 떠날 때는 오던 길을 등지고 반대편으로 나갔다. 들판 가운데로 군내버스가 다니는 지방도를 따라 벌리마을을 거쳐 서산-홍성 국도로 올랐는데 들어올 때 택했던 길보다는 비교적 나았다.


■버들가지 모양에서 유래된 마을이름
장양리는 전체적인 지형이 버들가지가 늘어져 있는 형국이라고 하여 ‘장버들’, ‘장양’이라는 마을이름이 유래됐다. 장양마을은 70가구가 살며 4개 반으로 나눠져 있다. 황규진 노인회장은 전체 인구가 125~130명으로 파악하면서 그 중 80%의 비율이 노인이라고 했다. 나지막한 구릉이 마을을 감싸고 있으며 남산천이 흐르고 있고, 지하수도 좋아 가뭄에도 걱정이 없어 주민 대부분이 벼농사를 하며 양파와 채소도 많이 재배한다. 요즘은 축산을 대규모로 하는 농가가 늘었다.

“구항면에서는 돼지와 소, 양계를 가장 많이 하는 마을입니다. 사육환경이 깨끗하기 때문에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도 우리 마을은 안전했습니다. AI(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에도 끄덕 없습니다.” 황규진 노인회장이 말했다.

그는 1998년과 2000년 구제역 파동을 겪고 난 후 축산농가들이 철저히 소독하고 방역하며 사육하는 습관을 들였기 때문에 그 후부터는 매년 전국적으로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유행성 질병으로 가축이 폐사하는 일이 장양마을에서는 없다고 단언했다. 귀농인도 10여 가구 되며 잘 정착하고 있다고 한다. “귀농인들은 부모가 연로해서 모시고 살기 위해 고향에 오신 분도 있고, 전혀 연고가 없이 들어와 농사를 짓는 분도 있습니다.”

■청년회의 풀깎이와 어르신들 나들이
예부터 창원 황 씨, 신평 이 씨, 홍주 이 씨, 밀양 박 씨가 많이 살았지만 특정 씨족의 집성촌은 아니라고 황 회장은 말했다. 이들 3대 성이 주를 이루면서 여러 성씨가 들어와 서로 화합하며 사이좋게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한결 같은 설명이다.

연례행사로는 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매년 추석을 앞두고 풀을 깎는 일이다. 여느 농촌마을이나 다름없이 65세 이하는 청년으로 보는데 장양마을에서는 20명 정도 된다. 다행히 마을 청년들 가운데 가장 젊은 편에 속하는 40대 대농이 있다. 김연동(44) 씨는 농업법인을 세워 규모화 영농을 할 뿐만 아니라 농번기에는 여러 지방으로 기계를 가져가 위탁영농을 한다. 또 청년회가 힘을 모아 1년에 2회 봄 가을철에 어르신들을 가까운 관광지로 나들이를 보내 드리는 것도 마을의 대사다.

■세 사람이 기증한 마을회관 부지
장양마을회관은 1997년에 신축된 건물로 50평의 부지는 당시 전병휘, 이원순, 최영식 씨가 기증했다. 이들 세 사람이 장양리 606-3번지에 경계를 이루고 있는 땅을 일정 부분 내놓아 3필지가 하나로 합쳐졌다. 그 터 위에 마을 복지를 위한 회관 신축이 이뤄진 것이다. 전병휘 씨는 전종성 이장의 조부로 이미 별세했고, 이원순 씨도 고인이며 최영식 씨만 현재 생존 인물이다.


■장양마을노인회와 황규진 회장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라면 노인회가 행복경로당으로서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죠. 매주 목·금요일은 건강체조와 요가를 하는데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장양마을노인회는 지난해 대한노인회 홍성군지회가 주최한 건강체조대회에 나가 우승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한영 총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황규진 회장은 마을회관의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어 10~15명의 노인들이 매일 모여 식사를 한다며 쌀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른 마을은 문을 잠궈놓는 곳이 많지만 우리 마을은 365일 회관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동네에 비해 경로당이 활성화된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쌀이 부족합니다. 정부 지원 쌀이 부족한데 혼자 사는 노인들이 점심부터 저녁까지 밥을 공동으로 해 먹기 때문에 쌀을 더 지원해 줬으면 합니다.”

황규진 회장은 앞서 이장을 지냈을 정도로 탁월한 농촌마을 지도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면민들로부터도 존경을 받고 있는 리더로서 구항농협조합장으로 선출되기까지 했다. 그래서 조합장이 된 후겸직할 수 없어 부득이 이장 자리를 내놓았다고 한다. 단, 마을노인회장을 맡는 것은 가능하다. 노인회원으로 등록한 어르신은 53명으로 그 중 최고령자가 93살의 이상분 할머니다. “지금도 매우 건강하십니다. 장수할 수 있도록 피부에 와 닿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미/니/인/터/뷰

내년에 마을 만들기 추진
전종성 이장

전종성 이장.

“우리 마을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면과 협의하면서 군에 신청했습니다. 엊그제 홍동면 수란리마을에 총무와 같이 가서 교육을 받고 왔는데 내년에는 군의 지원을 받아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겠습니다. 주민들께서는 단합해서 마을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종성 이장은 고라니가 봄부터 어렵게 지은 농사를 다 망쳐놓는다며 이에 대해 군이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적극 포획하는 등 대책을 요구했다. 전 이장은 20대 때 도회지에 나갔다 들어온 것을 제외하면 평생 고향지킴이로 살아왔다.


고라니 농작물 피해 심각해요
황규진 노인회장

황규진 노인회장.

“장양마을에 상수도는 이완구 도지사 시절 홍성군지역 농촌 가운데 제일 먼저 개설됐죠. 지금 마을 진입로 쪽에서 하는 공사는 태봉마을로 상수도를 끌어들이기 위한 공사입니다.” 황규진 노인회장은 기자가 처음 들어왔던 길목에 파헤쳐진 도로가 장양마을에 이미 개설된 상수도관의 옆구리를 따서 이웃마을에 공급하기 위한 공사라고 설명하면서 어서 마무리하고 아스콘 포장을 해주기를 바랐다.

또 개체수가 늘어나 농사에 큰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억을 들여 생태통로를 마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차라리 그 돈을 농작물 보호를 위해 쓰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보릿고개 극복한 시절 기억나
김재교 전 노인회장

김재교 전 노인회장.

김재교 전 노인회장은 올해 83세의 고령인데도 다소 마른 편인 작은 체구가 몹시 건강해 보였다. 실제로 병원신세를 별로 진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잠이 별로 없는 편이라 새벽 3시에 일어나며 몸에 무리가 따를 정도로 농사를 짓지는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보릿고개를 극복할 때가 참 좋았죠. 그때 내가 청년회장도 맡아 우리 마을에서 경운기를 가장 먼저 구입해서 사용했어요.” 40~50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의 주름진 얼굴은 가난에서 풍요로 도약한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했다.


문화생활 갈증 심해요
이한영 노인회 총무

이한영 노인회 총무.

“우리 마을은 문화생활을 할 게 없습니다. 경로당 회원들을 위해 군에서 영화상영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장양마을노인회 이한영 총무는 읍내 출입이 쉽지 않은 문화 사각지대의 노인들을 위해 뼈 있는 말로 호소했다. 그의 말은 영사기를 가져와 마을회관에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을 의미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sungshu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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