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에서 찾아온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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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에서 찾아온 여고생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7.09.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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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 <52>

우리 홍성지역에서 일어났던 실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날도 다른 날과 같이 아침 8시부터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시내를 나가고 있는데 평상시에도 잘 알고 지내는 여고생 2명과 소방서 앞에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하기도 전에 공부 열심히 하라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몇 시간 후에 아침에 인사를 나눈 한 여학생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삼촌, 저 가출했어요.”라고 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농담인줄 알고 어디냐고 물어보니 서울 영등포역 공중전화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 또한 농담 삼아 그곳에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하니 “여기가 어딘데 저를 찾으러 와요?”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출했다는 이야기에 학교로 찾아가 확인해보니 오전 수업을 마치고 수업료를 가지고 가출했다는 담임선생님 말씀에 저는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돈 없이 가출하는 학생은 빠른 시간 내 찾을 수가 있지만 돈을 가지고 가출한 학생은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한참 생각해보니 이 학생들은 계획된 가출이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홍성 시내를 샅샅이 뒤졌지만 학생들은 분명 홍성지역에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 생각하니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목소리가 큰 아저씨께서 “그곳이 청소년 담당 자원봉사자 이철이씨 전화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학생들을 데리고 있으니 내일 첫차로 올라와서 데리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매일같이 TV나 신문지상에서 인신매매, 원조교제 등 잘못된 면만 매스컴을 통해 접한 내가 이런 전화를 받고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학생 부모님께 전화를 하니 기뻐해야 할 어머니들인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한 학생 어머니께서는 학생을 포기한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서울로 안 가겠다고 하시면서 삼촌만 갔다 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아침 일찍 홍성역에서 어머니들과 만난 후 어머님들을 설득시켜 서울로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영등포역에 도착해 전화하니 직업소개소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2층에 있는 소개소 간판을 확인하고 놀란 마음에 홍성에서 학생들을 찾으러 왔다고 인사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니 아이들은 걱정하지 말라 하면서 학생을 찾아가려면 소개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소개비란 말에 내 지갑에 있는 돈을 다 주고 그 분을 따라 다방으로 갔습니다. 다방에서 아이들이 일을 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말할 수 없는 분노와 괴로움이 들었습니다.

집에 가자고 하니 싫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학교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서 안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학생들과 약속을 했습니다. 홍성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3학년이 된 어느 날 어머님과 같이 저를 찾아와 서울로 전학 가겠다고 하면서 “삼촌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남겨놓고 떠났고 이후 그 여학생은 전주에 있는 모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날을 생각하면 그 때 왜 그랬는지 본인도  후회한다고 하면서 미안해 합니다. 지금까지 이 학생을 지도하면서 깨달은 것은 청소년에게는 진정한 사랑과 기다림으로 지도를 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결실을 맺는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려 지난 아픈 기억을 잊고 대학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는 학생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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