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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온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만 조성하면 금상첨화희망을 일구는 색깔 있는 농촌마을사람들
<20> 구항면 마온리 온요마을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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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요마을에서 가장 깊숙한 산속에 자리잡은 윳골 전경. 깊은 산속에 넓게 펼쳐진 황금들판은 경지정리가 안된 다랑논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홍성군 구항면 마온리는 2개의 자연부락으로 나눠져 있다. 마온마을과 온요마을, 마온1구와 마온2구로 불리기도 한다. 마온1구는 이름 그대로 마온마을을 그대로 부르는데 21번 국도 가까운 쪽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마온2구는 마온마을회관이 있는 동네를 지나 산 안쪽 높은 구릉지대로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산속마을이다. 마온마을 뒤 저수지를 끼고 올라가면 있는 듯 없는 듯 숨어 있는 작은 마을 마온2구는 ‘온요마을’로 흔히 불린다.


■다랑이논 보존 익어가는 황금들판
온요마을은 해발 140~260m 높이의 산지에 둘러싸여 있다. 30가구에 불과한 민가가 산자락을 따라 뿔뿔이 흩어져 윳골(윷골), 온배미, 수리너머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자연마을을 형성한다. 높지 않은 산줄기들 사이에 계단식 다랑논이 제법 넓게 펼쳐져 있는데, 지금은 황금들판으로 변해 풍성한 추수가 기대된다.

“정부에서 경지정리를 대대적으로 실시할 때 마을사람 일부가 반대해 다랑이 논으로 남게 됐죠. 그 뒤로는 기회가 오지 않아 계단식 다랑논으로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종대(59) 온요마을 이장의 말이다. 그러나 농로가 확포장돼 기계화영농을 하는 데는 불편을 느끼지는 못 한다고 했다. 벌써 40여년 전 이야기지만 경지정리를 반대했던 이유를 물어보니 뒤틀린 논을 바로잡아 놓고 나면 예전에 가진 땅을 조금이라도 손해볼 수도 있어 옛날 완고한 어른들이 그냥 농사짓겠다고 고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부드러운 곡선의 논두렁이 여러 겹으로 펼쳐지면서 보다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어 나그네에게는 신비롭게 보이기도 한다. 옛날 조상들이 개간한 전답의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그때 경지정리를 반대했던 분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독특한 부락이름도 인상적이다. 마온리는 본래 결성군 두암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요동, 온동, 마근동을 병합해 마근과 온동의 이름을 따서 마온리라 하여 홍성군에 편입됐고, 이 중 온동과 요동의 앞 글자를 딴 것이 지금의 온요이다. ‘구항면지’에 소개된 내용으로서 온요마을은 옛날부터 물과 흙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왔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보개산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계곡물이 흘러 내리는데 일찍이 조상들은 다랑논을 개간해 벼농사를 지으면서 흉년을 모르고 살았다. 지명으로 쓰이는 요(窯)가 기와와 관련된 것으로 실지로 고대시대에 기와를 구웠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2002년 공주대학교 박물관에서 온요마을에 문화유적 지표 조사를 하러 와서 훼손된 와요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당시 발견한 기와편과 소토편은 고려시대의 것으로 확인됐다.


■숨은 보화같은 관광자원 활용해야
보개산 계곡에서 펑펑 솟아나는 물은 산 아래 여러 마을의 농업용수로도 널리 활용된다. 마온저수지에 가둬 가뭄에 사용하는 것이다. 올해 봄 극심한 가뭄에도 마온저수지는 마르지 않아 요긴하게 사용됐다고 한다. 이종대 이장은 마온저수지 주변의 자연경관이 너무 좋아 보다 가치있게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아랫동네 마온마을 김명준 이장과도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저수지 주변에 꽃을 심고 산책길을 조성한다면 온요마을과 마온마을은 물론이고 가까운 홍성읍 주민들까지 와서 산책하며 쉴 수 있는 훌륭한 공원이 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홍성군이 온요마을 진입로와 산 안쪽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이미 ‘내포역사인물길’로 조성해 놓았으므로 마온저수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만 조성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군청의 적극적인 홍보로 내포역사인물길 코스로 지정된 마온리 산길은 등산객들이 심심찮게 지나다닌다. 그 길목에 있는 마온저수지 주변을 아름답게 가꿔놓으면 훌륭한 쉼터가 될 뿐만 아니라 산골주민들에게도 경제적인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온마을과 온요마을 사이에 보개산이 품어주듯 울창한 수풀의 산줄기가 마온저수지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경관이 뛰어나 다소 인공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사람이 좀 더 오래 머물며 숙박도 할 수 있고, 결국 식당과 민박의 활성화로 이어져 마을경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는데 결코 헛된 꿈같지는 않았다.

“이곳은 저수지가 아니라 수유지입니다. 농사를 위해 물을 가둬놓는 곳이기 때문에 수유지라고 해야 합니다. 마온마을 김명준 이장과 같이 꽃길로 조성해달라고 군청에 설문지를 넣었어요.”

이 이장은 굳이 ‘수유지’라는 명칭으로 부르면서 아랫마을과 의기투합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건의서를 제출했다며 긍정적인 응답이 있기를 기대했다.


■‘온정회’ 어버이날 어르신 식사 대접
마온저수지 바로 위에는 온요마을회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회관이 있는 마을이 온배미다. 마을회관 앞에서 오른 쪽으로 갈라진 길을 따라 200m 쯤 올라가면 다시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이 수리너머이고, 왼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윷골이다. 차 한 대 달릴 수 있는 포장도로에는 가끔 트럭이나 승용차, SUV 차량이 지나가곤 했다.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고, 이따금 낯선 사람의 낌새를 눈치 챈 개들만 방방 뛰며 짖어댔다.

“마을에는 젊은이가 없어요. 청년회도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 걸요. 거의 모두가 노인들입니다.” 이 이장은 자신이 제일 젊다고 했다. 그는 도회지에서 에어컨을 만드는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농한지 10년이 조금 넘었다고 말했다. “2006년 부모님이 하시던 축산업을 잇기 위해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그는 지금 노부모를 모시고 수도작 20~ 30마지기, 소 40마리를 사육한다. 대농에 속한 편으로 다행히 요즘 소값이 좋아 돈을 손에 좀 쥘 수 있다고 했다.

그 밖에는 귀농하는 사람이 없어 온요마을은 속절없이 늙어가고 있었다. 일찍 마을을 떠나 홍성읍내로 나가 넥타이를 매고 일하거나 서울을 비롯해 전국으로 흩어져 성공한 출향인들이 ‘온정회’를 조직해 매년 5월 8일 어버이날 때는 고향의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는 풍습이 언제부턴가 시작돼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온요마을 이종대 이장.

수유지 개발 마을에 활력소 기대

추석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25일 오전 약속시간에 맞춰 온요마을회관을 찾았을 때 이종대 이장은 1.5톤 트럭을 몰고 나타났다. 작업하는데 편리하게 입은 후줄근한 복장으로 검게 탄 얼굴이 몹시 분주해 보였다. 잠긴 문을 열어주는 그를 따라 회관 안에 들어가 마주앉았다.

▶마온저수지가 관광지로 개발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내포역사인물길과 연계해 특성화할 수 있다. 수유지 주변에 민박과 카페가 들어서게 되면 온요마을에 젊은이들의 유입으로 활성화될 것이 분명하다. 공기가 오염되지 않은 데다 조용하게 쉬면서 힐링이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그 밖에 온요마을의 발전을 위해 바라는 것이 있나?
“그 이상 바라는 게 없다. 나는 자연을 지나치게 훼손하면서 개발하는 것은 반대한다. 자연 그대로 보존하도록 그냥 놔둬야 한다. 야산을 다 깎아서 태양열 발전소를 짓는 것도 나는 바람직하게 보지 않는다.”

▶추석 때 귀성객들을 위해 풀베기 작업은 다 했나?
“벌써 다 했다. 풀베기는 마을 공동작업으로 한여름에 한 번, 추석을 앞두고 한 번, 이렇게 1년에 두 번 한다.”

▶묘지를 관리할 수 없는 출향인들을 위해 벌초대행도 하는 것 같은데?
“명절이 되면 많은 부탁이 들어온다. 화장을 많이 권장하지만 아직 매장을 많이 선호하고 있어서 벌초를 대신 하는 일로 바쁘다. 주민들이 조를 짜서 하기도 하고 토요일 의뢰한 분들을 만나서 같이 하기도 한다.”

▶온요마을에서 옛날 온천수가 났다는 설도 있는데?
“옛날 군에서 온천수가 실제로 나오는지 판 적이 있었다는데 안 나왔다고 한다.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따뜻한 마을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는 말도 있는데 정확한 뜻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이장은 귀농생활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인 2012년부터 이장을 맡아 올해 6년째 동네일을 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sungshu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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