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손과 발, 제가 어루만져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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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손과 발, 제가 어루만져 드릴게요”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7.09.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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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면 갈산로 네일샵
네일샵 강미영 대표가 자신의 매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여자라면 어릴 적 엄마와 언니들과 함께 봉선화 물을 들이는 추억 하나쯤 누구나 가지고 있다. 봉선화를 백반과 함께 찧어 손톱에 올린 후 헝겊을 덮고 무명실로 꽁꽁 싸맨다. 밤새 뒤척이다가 혹여 이불에 묻거나 뭉치가 빠져나갈까 조심조심 해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헝겊은 빠져나가 있다.

손톱보다 손가락에 더 많이 물들어 고추장에 빠진 손가락처럼 되어버려 엉엉 울었던 기억도 있다. 시간이 지나 봉선화물이 예쁘게 자리 잡을 즈음에는 또다시 첫눈이 오기 전에 없어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손톱을 바라보고는 했다. 마음에 품은 첫사랑도 없으면서 말이다. 

요즈음은 봉선화물을 들이기보다 매장을 찾아 손톱이나 발톱을 관리하고 큐티클과 그림을 그려넣는 일이 더 많아졌다. 지난달 11일 갈산면에 문을 연 네일샵 강미영 대표는 “지금 좀 후회하고 있어요. 네일샵이 아니라 손톱가꾸기나 뭐 이런 식으로 수식어나 설명을 넣지 않은걸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거의 40대 이상 80대 할머니들이 오는 매장이다 보니 상호에 좀 더 친절하고 쉽게 설명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올 사람은 온다. 새벽이든 밤이든 간에 말이다. 강대표가 네일을 시작한 지는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자신의 손톱이 너무 작고 볼품없어 보여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었다. 갈산면에 매장을 연 것은 아이들이 갈산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홍성읍까지 왕래하기 너무 멀고 자택도 갈산인데 굳이 읍내까지 나갈 이유가 없었다.

“저희 매장에 자주 오시는 80대 할머니가 계시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 데려다주시고 네일 끝나면 데리러 오시고는 해요. 저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고요.” 여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그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자기만족의 욕구에 충족한 본능이다. 

“손이나 발은 관리를 해주는 만큼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파고드는 발톱이나 각질이 너무 심하게 일어나서 오시는 아버님들이나 어머니들 보면 제가 더 가슴이 아파요. 그런 거에 신경 한 번 쓸 시간과 여유가 없었던 거잖아요.” 네일샵은 손톱을 예쁘게 가꾸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파고드는 발톱이나 발 관리, 어린이 관리까지 하고 있다.

“발 관리하면서 혹시라도 더럽다고 생각하면 이 일 못해요. 발이나 손이나 엄연히 우리 살의 한 부분이잖아요. 그러니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어야죠.” 손톱을 곱게 갈고 지저분한 부분을 정리해주는 것만으로도 정갈해지는 느낌인데 따뜻한 물에 입욕제를 넣고 발 관리를 받으면 온 몸이 가벼워짐은 두말할 것도 없다.

“면 단위 작은 마을에서 오래 일하면 혹시라도 뒤쳐질까 싶어 한 달에 한 번씩 네일 관련해서 공부하러 다녀요.”

강대표의 강하면서 주민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매장 입구에 곱게 칠해진 올리브그린과 어딘지 닮아 보여 매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굳이 색색의 큐티클이나 그림을 그려넣지 않더라도 매끈하고 건강한 손과 발을 위해 네일샵을 들려볼 충분한 이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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