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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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응원합니다
  • 최선경 칼럼위원
  • 승인 2017.12.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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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홍성에서는 중증장애어린이의 재활치료를 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자수 전시회 및 바자회와 토크쇼가 개최됐다. 홍성군장애인복지관 장미화 사무국장과 자수밴드 회원들이 지방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어린이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 가정이 ‘재활난민’이 되어야 하는 상황을 접하고, 1년여 동안 한 땀 한 땀 정성껏 자수를 놓아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날 전시회와 함께 진행된 토크쇼에서 사회를 맡게 되어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전문치료시설은커녕 이들을 보살펴 줄 시설조차 없어 의료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됐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안정선 공주대 간호학과 교수, (사)토닥토닥 건우아빠 김동석 이사장 등 토크쇼에 참석한 많은 이들은 중증장애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의 당위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으며, 병원 건립을 위한 기적의 손길을 모아 주었다.

올해로 10살이 된 건우는 지난 2월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만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필요성에 공감하며 공약으로 이어지게 한 주인공이다. 건우는 8년 전 사고로 뇌병변 1급 장애를 갖게 됐다. 온 몸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는 건우는 말도 할 수 없으며 음식을 먹지 못해 위에 관을 꽂아 영양제를 투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우아빠 김동석 씨의 소망은 무척 소소했다. 건우가 재활치료를 통해 최소한 입으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기를, 그래서 시원한 물이라도,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라도 입에 대주고 싶다는 것 그것뿐이란다.

더 안타까운 사연은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건우엄마가 조산 기미가 있었지만 24시간 건우의 호흡을 지켜봐야 했기에 건우 곁을 떠날 수 없어 결국 유산을 하게 돼 인근 병원에 따로 입원해야 하는 극한 상황까지 겪어야 했다는 점이다.

장애어린이의 경우 성인과 달리 조기 발견과 치료를 적절히 받을 경우 신체기능을 회복하거나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장애어린이 전문재활병원은 국내에 단 한 곳뿐이다. 일본에 200여개의 어린이재활병원이 있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수치라고 하겠다.

물론 충남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실제로 도내 중증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은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수도권 지역의 전문병원을 찾아야 하며, 이마저도 입원을 하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고 그나마 입원 후 3개월이 지나면 과잉진료로 분류돼 퇴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도는 ‘재활난민’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의 조사망률이 전체 인구대비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10대 미만의 장애아동 조사망률은 37.9배나 높다고 한다. 그만큼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중증장애어린이들에게는 골든타임인 셈이다.

따라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건우아빠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전반적인 문제로 인식해 출생 자체가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사실 홍성의료원에는 공공산후조리원, 모자보건센터, 재활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그럼에도  간호 인력 부족 등 여러 면에서 아직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내포신도시 내 대학병원 유치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 지역에 이와 같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유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응급의료 시스템이 없어 건립 요건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현재의 시설들을 최대한 잘 활용한다면 어린이재활병원 서부권역 거점센터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치료·교육·돌봄 서비스 세 가지를 책임질 수 있도록 이제는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도 수많은 건우네와 같은 가정이 고통 속에 위기를 맞으며 침몰하고 있지만 다행이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설계비 4억원이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병원 하나 짓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침몰하고 있는 생명과 공공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라는 건우아빠의 간절한 호소가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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