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대장 폭탄먼지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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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대장 폭탄먼지벌레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7.11.01 16: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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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 박승규의 곤충 이야기<9>
1.폭탄먼지벌레. 2.자극에 반응하는 먼지벌레. 3.폭탄먼지벌레에 데인 손가락. 4.폭탄을 투하하는 모습.

 

 

2012년 봄부터 홍성 남산의 곤충 종류를 조사하기 위해 본격적인 채집 활동을 하던 때의 일이다.

포도주를 넣은 트랩을 설치한 후 이틀이 지난 어느 날 11시경 트랩 위에 살짝 올려놓은 나뭇잎을 제거하자 한 순간에 트랩 속에 흰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에 잠시 당황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먼지벌레 십 여 마리가 트랩 속에 잡혀 있었다.

혹시 폭탄먼지벌레인가 하고 확인해 봤지만 줄무늬 먼지벌레, 목가는먼지벌레 등 네 종류의 먼지벌레가 잡혀 있었다.

먼지벌레 종류들은 자신이 위험에 노출되면 방어물질을 방귀로 내보내는데 이들 먼지벌레의 종류 중에서 가장 고약한 방귀를 내 보내는 종은 바로 폭탄먼지벌레이다.
폭탄먼지벌레(Pheropsophus jessoensis Morawitz)는 호수나 개천과 같은 습기가 많은 땅에서 살며 유충은 땅 속에서 산다. 낮에는 돌이나 낙엽 밑, 또는 흙 속에 숨었다가 밤에 나와서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는 야행성 곤충이다.

먼지벌레 종류들은 잡식성이라 숲 속에 죽은 동물을 분해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세월호 사건 때 무리한 개조로 침몰의 원인을 제공한 유아무개 씨가 도피생활하다가 백골로 발견된 적이 있다.

이처럼 사람의 시신을 백골로 만드는데 여러 종류의 곤충 중 먼지벌레가 유력한 범인이기도 하다. 이런 먼지벌레는 위험을 느끼면 항문 주위의 분비샘에서 독한 물질을 내뿜어 독가스를 만들면서 공격하기도 한다. 이 독가스의 순간 최대 온도가 약 100℃를 상회할 뿐만 아니라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 피부에 닿으면 살이 부어오르고 몹시 아프다.

방귀벌레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폭탄먼지벌레(Bombardier beetles)는 남극 대륙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볼 수 있는 딱정벌레과 곤충으로 약 500여 종이 분포됐다고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교육방송에서 폭탄먼지벌레 한 마리가 자신보다 수십 배나 큰 개구리 앞을 지나가는데 노려보던 개구리가 딱정벌레를 덥석 집어 삼켰다. 이렇게 한 순간에 먼지벌레가 잡혀 먹힌 것 같았으나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개구리 콧구멍에서 연기가 새어 나왔다. 개구리는 곧장 코와 입을 감싸 쥐고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괴로워했다. 집어 삼킨 폭탄먼지벌레를 뱉어 내보려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허사였다.

혀에 달라붙은 폭탄먼지벌레는 떨어지지 않고 집요하게 붙어 있었던 것이다. 오줌까지 지리며 괴로워하던 개구리는 겨우 딱정벌레를 입에서 뱉어 낸 후 꽁무니를 내빼며 줄행랑을 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만화의 한 장면 같았다.

교육방송 내용을 소개하면 폭탄먼지벌레가 내뿜는 강력한 방귀는 사실 고온 고압의 독성 물질이다. 폭탄먼지벌레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자신에게 위험이 닥쳐오면 고온의 화합물 스프레이를 배 끝에서 뿜어내는 습성이 있다.

이 화합물은 히드로퀴논과 과산화수소가 섞여 만들어진 물질이다. 히드로퀴논(hydroquinone)은 주로 필름을 현상할 때 쓰는 물질로, 피부 미백이나 피부를 박피할 때 쓰이기도 한다. 소독약으로 자주 사용되는 과산화수소 상처 부위에 부으면 하얗게 거품이 일어나는 용액이다.

이 두 용액은 폭탄먼지벌레의 뱃속 두 개의 다른 주머니에 담겨져 있다가 관을 타고 내려와 배 끝부분의 반응실에서 촉매와 만나 격렬한 반응을 일으킨다. 과산화수소는 물과 산소로 분리되고, 반응실 벽에 붙어 있는 촉매들은 히드로퀴논이 산화될 수 있도록 해준다. 결국 산화된 히드로퀴논과 물이 남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열이 발생한다.

물이 끓어오르며 전체 생성된 물의 5분의 1 가량이 수증기가 되는데, 이때 생긴 압력이 반대쪽 밸브를 막아 고온의 가스가 내장으로 역류해 손상을 입히는 것을 방지한다.

그리고 고온의 가스가 강력한 압력으로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특징적인 ‘폭탄’ 소리를 내게 된다. 딱정벌레의 뱃속에는 약 20여 번의 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분량이 저장돼 있다고 한다. 열과 독성으로 인해 작은 곤충 정도는 일격에 죽일 수 있을 정도다.

개구리 정도의 작은 동물들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하고, 사람에게도 꽤 고통스러운 경험을 안겨준다. 폭탄먼지벌레들은 배 끝의 발사관 자체를 상당부분 자유자재로 회전시킬 수 있고, 다리 사이나 옆쪽으로 발사할 수 있다.

거의 전 방향을 상당한 정확도로 방어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고온의 벤조퀴논은 폭탄먼지벌레에게도 위험할 터인데 어떻게 이 곤충들은 자신이 내뿜는 독가스에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박승규 전문기자<내포곤충학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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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주 2020-06-21 16:15:11
저 독가스를 사람이 냄새맡으면 유해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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