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람을 위한 건축, 사무엘 막비와 루럴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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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람을 위한 건축, 사무엘 막비와 루럴스튜디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7.11.25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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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
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작가 | 안드레아 오펜하이머 딘 출판 | 공간사

사람이 태어나 한번 쯤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자신의 집을 손수 짓는 일이다. 황토집이건, 목조 주택이든 자신의 손길 하나하나가 들어간 집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집이다.

정작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가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내 집 한 번 가져보지 못하고 전세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돈을 모아 집을 사거나 지을 계획은 없다. 물론 물려줄 자식도 없지만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미국의 한 건축가는 땅을 기부 받고 폐자재들을 재활용해 그들만의 집을 만들었다.

‘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는 미국 알라바마의 건축가이자 텍사스 주 오번 대학의 교수로 활동한 사무엘 막비가 알라바마 주에서도 가장 빈곤한 지역인 헤일 카운티에 자신의 학생들과 함께 루럴 스튜디오를 만들어 다양한 건축에 대한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사무엘 막비는 ‘건축은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건축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의 문제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제 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옌씨 교회(Yancey church)는 지역주민을 위한 교회로 건축비로 1500달러가 들어갔고 건축자재로는 다양한 재활용품을 기부 받아 사용했다. 폐타이어 1000개, 버려진 건물의 폐목재, 철판 등을 사용해 만든 교회는 1995년 완공됐다. 장방형의 긴 예배당으로 언덕의 지형을 따라 점차 층이 높아지고 비워진 용마루에서는 빛이 쏟아지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가난한 가정집을 건축하는 일이었다.

난방도 없고 수도도 없는 쓰러질 듯 한 판잣집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브라이언트 부부, 화장실 없는 판잣집에서 다리가 불편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던 해리스, 전기가 끊기고 부분적으로 썩어가는 집 때문에 뿔뿔이 떨어져 살아야 했던 루이스를 위해 영혼의 안식처를 지었다. 

1994년에 지은 브라이언트 집은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단열이 잘 되게 하기위해 36kg짜리 마른풀 블록을 벽면에 내장했다. 브라이언트 부부는 식구들 각자가 생활할 수 있는 방과 친지나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는 야외 현관을 원했다. 현관은 물결 모양의 반투명 아크릴로 덮였고, 지붕은 밖으로 드러난 나무 들보와 노란색 나무 기둥, 콘크리트 토대와 연결되어 있다.

사무엘 막비는 철저히 그들 가족의 요구사항과 동선을 고려해 건축, 이후 브라이언트의 집은 그들 가족의 손길과 온정으로 그들만의 집으로 바뀌어갔다.

폐목재와 돌, 도로표지판으로 만들어진 브라이언트의 집 중 일부.

2001년에 건축한 에크런 청소년센터는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축물을 조화시켰다. 붉은 벽돌로 된 기존 벽체를 두고 필요한 공간을 조화롭게 이어 만들어갔고, 지붕에는 자동차 방풍유리가 사용되었다. 이 센터는 이후 사람들을 모으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이 건축물 역시 기부를 받아 이루어졌다.

루럴스튜디오가 주로 다루는 자재는 자동차 번호판, 폐타이어, 골판지 상자, 도로표지판 등 재활용품들이 많다. 도로표지판으로 뒤덮인 천정이나 벽면, 왁스 처리가 된 골판지로 만든 방갈로 등 흔히 건축 자재로는 생각하지 못할 것 같은 재료들을 사용했다.

한편 사무엘 막비는 1998년 백혈병에 걸려 어머니로부터 이식수술을 받은 후 곧바로 건축현장으로 뛰어들었지만 57세였던 2001년 백혈병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만든 루럴 스튜디오는 지금도 알라바마 주에서 지역사회를 위한 무료 건축을 짓고 있다. 
사무엘 막비는 “건축가는 정말 건축이 필요한 곳에서 활동해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이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몸으로 체감하고 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진정한 사람을 위한 건축이 무엇인지 알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갈아엎고 맨땅에 콘크리트를 부어 새로운 건물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지금, 사무엘 막비와 루럴 스튜디오는 ‘진정한 사람을 위한 건축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무겁고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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