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광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곳, 원산집
상태바
60년 광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곳, 원산집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1.0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천읍 원산집

허리가 구부정하고 마른 몸집의 할아버지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선다.

“할아버지, 이 방으로 들어가세요. 여기가 따뜻해요.”

할아버지는 양손을 엉덩이에 깔고 앉아 “탕 하나 줘유”라고 말한다. 엉덩이에 깔고 앉았던 양손에 온기가 돌자 이번에는 마른 세수를 하며 음식을 기다린다. 음식을 들고 오는 주인을 향해 “이따 갈 때 한 그릇 더 싸 줘유” 라며 덧붙인다. 때가 되면 늘 일정한 간격으로 식당에 들려 탕 한 그릇을 말끔히 비우는 할아버지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숙이고 혼자 탕을 비우는 동안 어르신 9명이 차례로 들어선다.

“탕 7개, 육개장 2개 줘유. 소주도 몇 병 주고.”
음식이 나오자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넣으며 반주가 오간다.

“저기 로타리에 있는 집은 미원이 너무 많이 들어가. 어느 정도여야지.”
“그러니 우리가 여기 오는 거 아녀.”

후루룩 국물을 떠 넣으며 쓰고 왔던 모자와 점퍼를 차례대로 벗는다. 그 사이 탕 한 그릇을 비우고 식당을 나서는 할아버지의 손에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할머니를 챙겨 주기 위한 탕 한 그릇이 뜨끈한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광천읍에 위치한 원산집은 영양탕과 삼계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송희선 대표의 시어머니인 김옥분 씨가 60년 전 광천 시장 안에 식당을 열면서 시작했다. 지금의 위치로 이사한 것은 19년이 되어간다.

영양탕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음식이지만 1700년 말 ‘경도잡지’에 처음 등장했고, 이후 ‘동국세시기’나 ‘조선세시기’에도 등장한다. 이들 책에 나오는 영양탕은 고기에 흰 파를 넣고 국을 끓여 고춧가루를 뿌리고 흰밥을 말아서 먹는다고 했고, 시장에서도 많이 팔았다고 하니 당시에는 아주 일반적인 음식이었다. 혹여 영양탕을 못 먹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닭육개장, 소고기육개장, 김치찌개, 오리주물럭, 묵은지 토종닭 볶음탕 등이 미식가들과 단골들 입맛을 사로잡는다.

뜨끈한 육개장 한 그릇에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겨울에 주로 판매되는 닭육개장과 소고기 육개장은 고기를 푹 삶고 손으로 일일이 결대로 찢어낸 후 기본양념을 한다. 그 외 다른 재료들도 각각 양념을 해 기름에 볶은 뒤 닭육수를 부어 푹 끓여 깊은 맛을 낸다. 숙주의 아삭함과 대파의 달큰함, 고사리와 닭고기의 쫄깃함이 고춧가루 외 다른 양념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 원산집만의 비법이다.

송희선 대표는 “음식은 정성인 것 같아요. 탕 한 그릇 만들기 위해 새벽 4시부터 고기 삶고 일일이 손으로 고기 손질하는 것 보면 그렇죠?”

원산집은 3월부터 9월까지는 영양탕과 삼계탕을 본격적으로 판매한다. 원산집이 가장 바빠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60년을 변함없이 시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이어받아 광천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집, 원산집이다. 

메뉴: 영양탕 1만 원, 삼계탕 1만 2000원, 김치찌개 7000원, 닭육개장 7000원, 소고기육개장 8000원, 문의: 641-399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