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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인이다

나자연. 종편 채널 MBN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를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

이 프로그램은 자연과 더불어 깊은 산속에서 문명의 도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다룬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을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겨우 비바람과 산짐승을 막을 수 있는 곳에서 사는 사람도 있고, 지붕위에 태양열판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사는 자연인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에서 혼자 살고 있으며 계곡물로 목욕하고 산야초를 주식으로 하는 원시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참된 행복의 의미를 전하고자’하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보면 볼수록 안쓰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처음부터 산이 좋아 들어온 것이 아니고, 사회생활의 부적응, 가정불화, 사업실패,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죽지 못해’ 산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실토한다. 그러나 자연은 사회와 달리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해주며, 철마다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고, 건강의 회복은 물론 새로운 삶의 희망까지 부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고마운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자연생활이 어쩐지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혹시 우리사회가 막다른 곳에 다다른 약자들을 자꾸만 산으로 내모는 것은 아닐까.

‘비자발적 자연인’을 생산해 내는 양극화의 사회구조를 우리 모두가 애써서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에서는 해마다 10만여 명이 ‘증발’하고 있다. ‘인간증발-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레나 모제 저)라는 책에 의하면, 1989년 토쿄 주식시장 급락을 시작으로 부동산폭락, 경기침체, 극심한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은 매년 10만여 명이 증발하고 있으며 이중 8만 5천여 명 정도가 스스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빚, 파산, 이혼, 실직, 낙방 같은 각종 실패에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가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길을 택한 채 신분을 숨기고 슬럼가나 지도에도 없는 시골에 숨어든다고 한다.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사회와 체면손상을 견디지 못하는 일본인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과거 일본에서 발생한 사회 문화적 현상들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우리에게 전이되어 나타나는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리고 증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발생하고 있기에 자못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나자연. 이 프로그램은 역대 MBN 교양프로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40대 남녀가 가장 많이 시청한다고 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퇴직을 앞둔 40대의 불안한 앞날 걱정이 이들을 TV앞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긴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우리나라에, 인구의 70%가 자연인이 되어 살게 되는 때가 오게 될지도 모른다.

무술년 새해에는 자연인이 적어지는 사회가 되어 결국엔, 나자연 시청률이 몰락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남민 주민기자  cnm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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