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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테레핀유의 만남, 홍북커피갤러리카페 홍복커피

방학을 맞은 아이를 할아버지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적어도 내일까지는 휴식 같은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서둘러 카페로 향한다.

남편과 나는 모두 서양화를 전공했다. 남편은 아직도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나는 육아를 하는 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그래도 그다지 아쉽지는 않다. 아직 나는 젊고, 축복 같은 아이가 있으니 말이다.

오랫동안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딱 일 년만 쉬기로 했다. 임신 휴유증도 있었고, 몸도 마음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 나에게 위로가 되어 준 것이 한 잔의 커피였다. 커피가 무슨 위로가 되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손으로 직접 커피 내리는 그 시간만큼은 풍성해지고, 손 안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와 그윽한 냄새는 나를 평온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커피 만드는 일에 몰두하다가 남편과 지금 이 공간을 얻었다. 마침 남편도 작업실이 필요했고 나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다른 이에게 내가 경험한 것을 나누고 싶었다.

건더기가 풍부하게 들어간 건강차는 한 잔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남편과 내가 가진 돈으로는 작업실을 꾸미기에 턱없이 적은 예산이었다. 결국 직접 인테리어를 하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쉽지만은 않았지만 남편과 나는 느낌대로 해나갔다. 남편은 조명을 좋아한다. 거의 대부분의 조명은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대학 동기가 운영하는 공방에 주문했다.

이 공간은 예전 에덴철물점이 있던 자리다. 에덴철물점이라는 큰 이름이 콘크리트 벽에 아직도 붙어있다. 굳이 옛 상가의 기억을 없애고 싶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 주변 오래된 상가와의 조화를 생각해 간판 역시 과하지 않은 디자인을 택했다. 1980년대 보건소 같은 느낌의 나무에 궁서체로 ‘홍북커피’라 새겨진 간판이 걸렸다.

이제 메뉴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 너무 많은 메뉴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친정 엄마가 해 준 건강차는 꼭 넣기로 했다. 생강, 대추, 막도라지, 수세미, 배 등을 넣어 끓인 건강차는 어르신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다.

카페 한 편에는 남편이 작업할 수 있도록 이젤과 물감, 남편의 작품들을 걸어놓았다. 큰 테이블을 놓고 미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내주고 싶다. 물론 가르칠 생각은 없다. 아니면 전시회를 열고 싶은 사람에게 대관도 해줄 생각이다. 그저 이 공간에서 작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싶은 것이 남편과 나의 꿈이다.

갤러리 카페를 열고나서 어디에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사람이 들어오기는 한다. 손님들은 커피 한 잔에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며 커피의 여유로움을 즐기다 가고는 한다. 때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오시는 어르신들도 있다. 그 모든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다.

지난 달 5일에 문을 연 카페라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 나도 조금 더 여유를 내어 다시 붓을 잡을 것이다.
저녁 7시. 카페 문을 닫고 커피 한 잔을 내려 이젤 앞에 앉는다.

메뉴: 아메리카노 3000원, 카푸치노 4000원, 건강차 5000원, 유기농 꽃잎차 4000원
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7시, 매주 일요일 휴무


김옥선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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