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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니까 가르치고 싶어요”다문화가정(중국) 최소연 씨
이제 한국인으로서 지혜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최소연 씨.

사촌동생의 소개로 24살에 한국 남자를 만났다. 콩깍지가 씌어진 연애기간 동안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하나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독이고 힘이 되어주었다. 막상 결혼을 하고 한국 생활이 시작되자 너무나 다른 문화와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컸다. 일단 제사가 너무 많았다. 중국에서는 일 년에 청명날 한 번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끝난다. 한국은 설과 추석은 기본이고 증조부까지 모시는 기제사와 성묘, 벌초 등을 챙기다 보니 일 년이 제사만 지내다 끝나는 것 같았다.

음식도 잘 맞지 않았다. 중국은 볶음이나 튀김 요리를 많이 먹는다. 볶음 음식 하나만 있으면 다른 반찬들은 필요 없다. 한국은 반드시 국이나 찌개가 있어야 하고, 그리고 김치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김치도 한 종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총각김치, 깍두기, 동치미 등 온갖 종류 김치를 담아야 한다. 그것뿐인가. 밥과 먹을 반찬도 만들어야 한다. 아침 먹고 나면 점심, 점심 먹고 나면 저녁, 매일 밥만 하다 끝날 것 같았다. 그래도 15년을 살다보니 익숙해져서 완전히 한국사람 다 되었다. 나도 이제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다.

첫 아이가 생겼다.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를 어르며 자연스레 “보뻬이(아가)”라고 어르며 눈을 맞추었다. 옆에서 이를 보던 시어머니가 “한국 아이인데 왜 중국어로 말하냐?”며 언짢아하셨다. 나만 겪는 일은 아니다. 외국에서 시집 온 모든 이주여성들이 한번쯤은 겪는다. 가끔은 친구와 대화할 때조차 한국말로 하지 않음을 불쾌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꼭 한번은 짚어갈 일이다. 한국으로 시집 와 한국 국적을 취득했으면 한국사람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왜 꼭 앞에 ‘다문화’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부러 선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한국인들과 어우러져가는 그 모습 그대로 보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내가 시작한 것이 있다. 아이들이 엄마나라의 모국어와 문화를 배우면서 한국어도 같이 공부하는 교육이다. 이중언어 수업이 그것인데 올해로 3년이 되어간다. 홍성에 20명, 내포신도시에 20명, 광천에 10명 정도를 맡아서 하고 있다. 이주여성 대부분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하게 되면 자녀 양육이 소홀해진다. 아이가 물었을 때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엄마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아이들의 언어 습득력이 낮아진다.

중국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특히 최근 중국의 변화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자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교통비가 문제가 아니라 한 번 갈 때마다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으니 아예 안 가는 편을 택한다. 그러니 예전 중국의 관습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 정리하고 인사하며 칭찬하는 습관 같은 거 말이다.

사실 중국 사람들은 인사 잘 안하고 칭찬에도 인색하다. 그런데 여기서 그런 거 잘 안하면 예의 없는 사람이라고 눈총 받는다. 눈총 받아서가 아니라 인사 잘 하고 칭찬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엄마 나라의 모국어를 배우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부모와 더 소통할 수 있다. 더구나 무료로 진행되는데 아빠나 시부모의 반대로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단지 우리 아이니까 가르치고 싶은데 말이다.

김옥선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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