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진 K씨
상태바
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진 K씨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8.02.08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씨는 30세 미혼 여성이다. 어린 시절부터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서 학교에 방문하는 어머니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던 딸이다. 고등학교 때는 매우 신경질적이었지만 좋은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용서됐다. 학창시절 K씨 주변에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 혼자 식사하고 걷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이성교제를 간절히 원했지만 소개팅이나 교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졸업 후 취업을 했지만 늘 3개월이 고비였고 이러한 패턴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결국 병원에서 관계망상 등으로 ‘조현증’ 진단을 받고 약물복용과 더불어 상담소에서 심리 상담을 받았다. 현재, K씨는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연예인 기사 및 ‘사랑’과 관련된 웹소설과 웹툰을 읽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에게 찾아올 아름다운 사랑과 결혼을 열망한다. 특히 “조현증이 다 나았습니다”라는 의사의 진단과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직장도 기대하면서 말이다.

K씨가 겪고 있는 관계망상(delusion of reference)은 주변 일들이 모두 나와 관련이 있으며, 타인이나 신문, 라디오에서 자신의 말을 하고 있고 여기는 망상이다. 대상관계이론의 흐름을 창시한 클라인(Klein)은 유아는 출생할 때부터 죽음 본능의 파괴적 공격성이 삶의 동력이 되고 갈등의 중심이 되며, 유아의 초기 정신은 공격성을 기본 동기로 대상과 환상적 관계들로 이뤄진 구성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와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환상을 가지고 보는데, 자신이 엄마에게 화가 났을 때는 엄마가 자신을 독살하려는 마녀로 보았고, 반대로 자신이 기분이 좋고 애정을 느낄 때는 엄마를 결혼하고 싶은 공주로 생각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원하지 않는 자신의 내부 대상을 분리시켜 투사하고 해를 입히고 조정하고 소유하려는 현상을 투사적 동일시로 정의했다. 곧 유아는 발달 환경 속에서 투사적 동일시 과정을 발달시키며, 인격의 발달은 투사적 동일시의 성질이 변화되는 것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본 것이다.

K씨는 편집분열 상태로 좋음과 나쁨을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에게 있는 내부 환상과 외부 실재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므로 죽음 본능의 파괴적 공격성을 세상에 내던지지만, 곧이어 이 세상이 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편집증적인 현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자신과 자신의 좋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세상과 타인에게 파괴하는 행동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K씨는 공부를 매우 잘했다. 그런데 지금은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누가 봐도 매우 가슴 아프고 비극적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지식은 많이 소유했지만 사랑 경험을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어머니는 공부는 열심히 하라고 하면서도 사랑은 풍성하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 명문대!”라고 말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시기심과 죽음 본능을 해결하는 방법은 사랑과 관심이며 더 나아가 종교 활동이나 애인을 통해 연애 경험을 하는 것 등이다. 국민의 필수품이라고 하는 스마트폰도 사람의 마음을 담아주는 대상이다.  아마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애인 역할을 해주고 쾌락을 주는 대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주체적인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K씨가 스마트폰과의 환상적인 사랑을 멈추고 현실에서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명옥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