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늦깎이시인 이석규 첫 시집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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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늦깎이시인 이석규 첫 시집 펴내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8.04.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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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쓴 시 골라 ‘하루란’, ‘하루 또 하루’ 2권 출판

이석규 시인이 최근 시집을 펴냈다. 그가 평생 써서 모은 시들 가운데 본인이 직접 골라 ‘하루란’과 ‘하루 또 하루’, 이렇게 2권을 한꺼번에 출판했다. 시인의 나이 76살로 너무 늦은 인생 황혼기에 첫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그가 데뷔한 것이 바로 지난해 2017년이었으니 아직도 신인에 불과한 시인으로서 사실 늦었다고도 할 수도 없다. 다만 시인으로 데뷔한 시기가 늦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가 데뷔하자마자 2권의 시집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습작을 해왔고, 일상에서 건진 소재를 순화시킨 시어로 시대를 관조하며 나름대로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기성시인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진작 데뷔했어도 되는데 시인의 겸손한 성품 때문에 그저 개인적인 독백으로만 여기고 공개하기를 꺼렸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만년에 충남문학관 이재인 관장을 만나 친구가 되면서 그를 통해 숨은 재능이 들통나 지난해 국제문학에 의뢰함으로써 시인의 칭호를 받게 됐으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결국 시인의 골방에 잠자고 있던 시들이 이번에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집의 머리글을 쓴 이재인 관장은 “이 시인이 열아홉 청춘시절부터 문학에 대한 열망과 집념으로 평생 함께 가기로 작정하고 그 날 이후부터 오늘 이 시집을 상재하는 순간까지 습작하고, 또 습작을 하면서 50년 이상 시를 써왔다”며 “대장간 아궁이에 오래 달군 쇠가 강한 쇠가 되듯이 이 시인의 노력은 오늘도 발전을 거듭하는 현재 진행형이다”라고 평가했다.

하루란/새벽은/낮을 부르고/저녁은/밤을 부르는 것-‘하루란’ 전문-

위의 시는 첫 시집의 제목으로 삼은 시 ‘하루란’이다. 많은 언어를 나열하지 않고 절제된 낱말을 짧게 엮은 5행이 전부지만 그 속에는 지구의 자전으로 낮이 오고 밤이 온다는 지극히 단순한 과학적 진리가 내포돼 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낱말이고 “이게 무슨 시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시인만이 창조해낸 언어요 고유한 시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잡풀들 얼굴엔/무슨 설움 그리 많아/밤샘 눈물 맺혔는고//아침인데도 갈 곳 없나/햇볕이 진기 통째 마실텐데//내일이듯 모레듯/안개 되든 구름 되든//저승에 올라 갔다/다시 오고 싶답니다
-‘이슬’ 전문-

이른 아침 풀잎에 흠뻑 머금은 이슬이 시인에게는 서러워 흘린 눈물로 보인다. 그러나 동녘하늘에 솟은 햇볕이 점점 타오르면서 이슬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시인은 햇볕에 증발돼 대기 속으로 사라진 이슬이 안개나 구름으로 변했다가 다시 비나 이슬로 지상에 되돌아오는 과학적 원리를 시로 멋있게 표현해냈다.

이석규 시인은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도 고민을 토로하며 곧잘 독백을 뱉어낸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분분한 사건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도 하고 때로는 생략과 압축으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첫눈이 내렸다/2016년 11월 26일/232만개 촛불이 대통령 퇴진을/청와대 100m 전까지 외치면서//이게 나라냐가 하늘을 나르고//학생부대도 스님부대도 촛불/유모차 부대에 풍등도 나르고//비아그라 풍자가 하야그라로//어둠의 1분 소등 자동차 경적/트랙터 2000여대도 투덜거렸다//추위가 찾아와 눈이 내려도/날이 밝아와 어둠을 벗겨도/청와대는 말이 없네! 말이 없었네
-‘촛불 집회’ 전문-

이 시인의 시는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어가며 맛볼 수 있는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더욱이 같은 홍성의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주민이기에 이 시집을 읽고 많은 사람들에게 권해 같이 서정을 나눌 수 있다면 홍성은 진정한 인문학 도시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도서출판 혜민기획/135쪽/각권 값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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