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해 머무는 ‘꽃섬’ 소도 희망마을 만들기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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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해 머무는 ‘꽃섬’ 소도 희망마을 만들기 시동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6.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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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9>

농촌마을 희망스토리-서부면 소도마을
소도마을 해안가의 명물 꽃섬. 주민들은 잡목으로 우거져 있던 꽃섬을 정비하고 조경공사를 다시 해 이름에 걸맞는 쉼터로 만들었다.

서부면 남당리 소도마을은 해발 142.5m의 투구봉에 의해 U자 형태로 아늑하게 둘러싸여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줄기가 마을 좌우와 뒤를 감싸고 있는 데다 탁 트인 앞 쪽으로는 서해안 바다가 펼쳐져 있어 농촌과 어촌의 성격이 복합된 촌락이다.

■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변신 꾀해

소도마을은 해발 100여m에 불과한 높이의 투구봉이 아늑하게 품어주는 가운데 앞으로는 서해 바다가 트여 있다.

남당리 뒷산인 투구봉 산자락에서 시작된 여러 골짜기 가운데 가장 깊숙한 곳에 생긴 한자골(한사동, 한잿굴) 마을과 중촌, 해안가에 위치한 소도 본 마을로 3개 반이 소도마을을 이루고 있다. 동쪽으로는 신리 안흥동, 서쪽으로는 남당리 내동, 남쪽에 바다, 북쪽에 투구봉이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현재 소도마을은 48가구 82명의 주민이 산다. 소하천과 참샘약수터가 있어 농업용수가 풍부하며 버들강아지, 염생식물, 수령 200년이 된 팽나무, 대나무숲, 반딧불이, 도롱뇽, 가재, 다슬기 등의 동식물 자원이 공존한다. 주민들은 어선을 이용하는 대신 바닷물이 빠져나갔을 때 갯벌에서 바지락, 낙지, 굴, 돌게, 능쟁이(게 종류), 게고동, 속, 박하지, 참게, 해초(고시락) 등의 수산물을 채취하며, 농산물로는 돌미나리, 참깨, 들깨, 고사리, 콩, 고구마, 도라지, 민들레, 표고버섯, 벼, 감자 등을 직접 영농하거나 자연산으로 채취해 경제활동을 한다.

“투구봉에서 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여 동양화처럼 아름답습니다. 멀리 안면도까지 보여요. 소도는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생태마을입니다.” 박승춘<사진> 이장의 말이다. 남당항과 수룡항 포구 사이에 천수만을 바라보고 있는 소도마을은 이 같은 입지조건을 활용해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5년부터 진행해 왔는데 마을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농촌현장 포럼 5회, 마을대학 운영 2회를 실시했다.

그 후 선행사업으로서 3177여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꽃섬에 꽃을 심어 꽃동산을 만들고 마을 안 4곳의 쓰레기 분리수거대를 설치하는 등 마을 환경을 개선했다. 그 동안 잡목으로 우거져 방치됐던 꽃섬이 깨끗이 정비되고 꽃동산으로 바뀌자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쉼터가 됐다. 마을 뒤 투구봉은 U자 형태로 산의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개발돼 있다.

역사문화자원으로서는 옛 절터, 빨래터가 있고, 마을의 옛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사진집이 있다. 또 풍어제, 농악놀이, 상여소리는 무형적인 역사문화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박승춘 이장은 U자 형태의 골짜기에 경지정리가 안 된 다랑논도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장의 말에 따르면 노인들이 별세하면서 동네에 빈집이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외지에 나간 자녀들은 팔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닷가 마을이라는 점 때문에 자녀들이 그냥 방치된 채로 뒀다가 훗날 돌아와서 살거나 새로 지어 펜션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외지에 나간 자녀들이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빈집을 팔지 않습니다. 주로 외지에서 정년은퇴한 분들이 빈집에 대해 많이 문의하지만 정작 팔려고 내놓은 집이 없어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빈집 리모델링 민박 사업계획

희망마을 만들기 목표와 비전을 마을회관 벽면에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았다.

물론 빈집이라도 비싸다고 한다. 마을 소하천을 정비하면서 편입된 부지에 대한 보상가도 평당 30만 원이 나와 그 이하의 가격으로는 매매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소도마을은 늘어나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관광객을 위한 숙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거노인들도 공동으로 거주할 수 있는 합숙시설을 만들어 같이 숙식을 해결하고 대신 비워둔 집은 민박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박 이장은 말한다.

“독거노인을 위한 합숙시설 만들어 겨울에 같이 주무시고 여름에 독채로 관광객에게 민박으로 빌려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독거노인에 대한 안부를 묻는 전화를 자녀들이 해도 안 받는다며 가끔 저한테 서울서 전화가 와 궁금해 하며 묻습니다. 제가 찾아가보면 어른신이 계셔요. 혼자 계시니까 잘 안 잡수시는 어르신도 있지만 같이 합숙하게 되면 점심을 다 같이 해 드실 수 있죠.”

박 이장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는데 어르신 공동 주거시설은 2층으로 지어 1층은 할머니, 2층은 할아버지가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요양원에 가지 않고 지낼 수 있어요.” 마을에 늘어나는 빈집과 독거노인들의 집을 활용한 민박사업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소득 창출로 이어져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도마을은 지역의 특산품인 미나리를 재배해 마을 소득사업으로 판매할 계획도 있다. 남당리 56-1번지 일대 약 1000㎡의 면적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동시에 판매대도 갖춘다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도마을이 희망마을 추진전략으로서 설정한 비전은 ‘붉은 해를 삼킨 소도 꽃섬마을’이다. 목표는 △자연이 살아있는 소도 △도시민이 머무는 바다체험 소도 △주민이 행복한 행복건강 소도이다. 마을의 장기발전계획 초기(2017~2019년)는 주민역량강화를 목표로 현재 사업이 진행중이다. 중기(2020~2022년)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시기로 선정이 되면 3년간 정부로부터 5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장기(2022~2027년)는 지속가능한 마을 실현이 목표다.

■ 어르신들 다시 시작한 한글교실
소도마을 노인회(회장 이준환)는 최근 한글교실을 열었다. “2년 전 홍성군에서 문해교육을 2년간 했습니다. 올해는 홍성군 노인지회에서 1년간 더 하기로 했습니다.” 박 이장은 이미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이 많지만 이준환 노인회장이 치매 방지를 위해 올해 1년 더 한글교실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한글을 배우지 못한 두 어르신이 계신다며 정작 본인들은 참여하지 않아 아쉬워했다.

“한글을 모르시는 두 분들 때문에 하는 것인데. 그분들이 안 다녀요. 그 이유가 바지락을 캔다고 한글교실에 안 나오시는 거예요.” 어르신들 사이에 갈등은 없을 수 없지만 지난해 1년간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마을회관에서 외부 강사를 초청해 풍물을 배운 것이다.  “주민들이 대동화합하는 데는 풍물이 좋아요.”

마을에 귀농을 한 주민은 귀하지만 귀어를 해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주민은 한 사람 있다고 한다. “귀어하신 분은 지금 51세로 2억 원을 융자받아 배를 4척 관리를 하는데 수입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 분은 강원도와 전라도 목포까지 다 가봤다고 하시는데 여기가 괜찮다고 합니다. 지금도 은퇴하신 분들의 문의가 많아 군에서 귀촌자들을 위해 주택을 지어 분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 이장은 소도마을이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쾌적한 휴양지로 거듭나게 될 것이고 귀촌자들을 위한 주거시설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소도마을회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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