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과 산업도로 건설에 대한 기대와 불안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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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과 산업도로 건설에 대한 기대와 불안 교차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7.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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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14>

농촌마을 희망스토리-홍북읍 내덕리 서력마을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서 전학진 새마을지도자, 임재현 청년회장, 최희순 부녀회장, 전재희 어르신, 최광묵 내포성인학교 교장, 전경근 이장.(왼쪽부터)

홍북읍 내덕리 서력마을은 남쪽으로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얕은 구릉지대에 형성된 자연부락으로 왕복 2차선 내용길을 따라 길게 흩어져 있다. 현재 48가구 127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조용한 농촌이지만 홍성읍-내포신도시간 산업도로와 서울-홍성간 고속철 서해안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머지않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산업도로가 건설되면 마을이 좌우로 나눠져 단절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 고속철과 산업도로 건설
“산업도로가 지나가면 주민들이 마을회관 다니기가 불편해집니다. 멀리 돌아서 지정된 지하도로 다녀야 하기 때문이죠.” 서력마을 전경근 이장의 말이다. 그나마 고속철은 교각을 높이 세우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도로부지로 편입된 일부 주민들이 보상을 받고 떠나 아쉽기만 하다.

“고속철도 공사 때문에 7가구가 헐리고 그 중 5가구가 이미 마을을 떠났어요. 게다가 산업도로까지 생기게 되면서 도로부지로 편입된 5가구가 보상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전학진 새마을지도자는 산업도로로 편입된 딸기밭에 대한 보상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인데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아 8월에 딸기 심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서력마을에서는 특작물로 2가구가 딸기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1가구가 더 늘어 모두 3가구가 딸기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축산은 4가구가 하지만 소 300마리, 돼지 1가구 4000마리로 규모가 큰 편이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 내포신도시가 건설된 후 축산농가들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원주민들은 고향의 냄새로 받아들이는데, 내포신도시가 들어온 후부터는 민원 때문에 군청 환경과에서 자주 찾아와 괴롭습니다.” 전경근 이장은 축산농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대변했다. 임재현 청년회장은 농사로만 힘들어 고소득을 위해 하는 축산을 못하게 하면 힘들다고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그래서 그런지 서력마을은 귀촌인도 드문 편이다. 귀농인들은 경작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발길을 돌린다. 외지 귀촌인으로서는 거의 유일한 주민이 최광묵 내포성인학교 교장이다. 그는 2008년에 서력마을에 들어와서 내포성인학교를 세웠다. 그가 운영하는 학교 근처에도 축사가 있어서 냄새가 자주 난다고 한다.

최광묵 교장은 경상도 출신으로 홍북읍 석택리에 처가가 있다. 귀촌지로 석택리 대신 서력마을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니 부인이 어릴 때 홍성여중 다니던 통학로였고, 늘 지나다녔던 마을이어서 노후를 보낼 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게다가 최 교장은 마을에 대한 좋은 기억을 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비가 내려 용봉천 물이 불었을 때는 전경근 이장님의 종형 되시는 분이 아내를 업어서 하천을 건네 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력마을 주민들은 다들 온화하고 처음부터 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 원래 홍성-홍북간 도로 노선변경
대중교통은 군내버스가 하루 4대 왕래한다. 홍성읍-내포신도시간 산업도로가 뚫리게 되면 서력마을에 나들목이 생겨 자가용을 가진 주민들은 양쪽 도시로 출입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원룸촌이나 모텔촌으로 변하지나 않을지 주민들은 벌써부터 걱정한다.

“큰 도로가 뚫리면 규제되는 게 많아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홍성읍과 내포신도시 사이에 끼여 있는 위치 때문에 도로 건설에 대해 발전을 기대하면서도 급격한 도시화가 초래할 여러 가지 변화에 대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전 이장은 내포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새로 뚫린 도청대로가 원래 서력마을을 관통해서 홍성-홍북간 도로였던 노선이 우회해서 변경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 현재 내포성인학교 앞 마을길이 ‘홍북로’라는 명칭이었다.

“옛날 홍북으로 가는 도로가 현광아파트에서 사조농장 쪽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내포신도시가 생기면서 현광아파트에서 봉신리를 거쳐 가는 도로를 새로 만든 것입니다.” 전 이장이 설명하는 옛 노선은 현광아파트-서력마을 입구-내포성인학교를 지나 사조농장으로 넘어가 홍북읍사무소 방향으로 향하는 길인데 그 노선을 직선화해서 확장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지금도 내포신도시로 가는 광역상수도는 내포성인학교 앞 마을길을 지나간다고 했다.

진작 양 도시를 잇는 국도로 삼았더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 지름길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었다. 최광묵 교장은 지금이라도 학교 앞 좁은 마을길을 2차선 도로로 확장할 계획이 있다면 자신의 땅을 몇 백 평이라도 그냥 내놓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주민들은 땅 밑을 관통해서 마을을 지나가는 광역상수도 혜택만이라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내포성인학교 앞에 광역상수도가 지나갑니다. 군에 건의했더니 재정이 없어 할 수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전 이장은 중간에 구멍을 뚫어 서력마을을 위한 파이프를 연결해서 수돗물을 공급해주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군청 입장에서 어렵다는 말을 듣고 허탈해 했다.
 

■ 느티나무 그늘 여름철 최고의 쉼터
서력마을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전통문화는 없으나 마을회관 부근 언덕 위에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자랑거리다. 수령 500년 이상 된 군 보호수로 홍성읍 방향의 남쪽 들녘이 훤히 잘 내려다 보인다. 무엇보다도 여름철에는 넓은 가지가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 그늘 아래가 너무 시원해서 주민들의 쉼터로 인기가 최고다. 기자가 방문했던 날도 전 이장은 마을회관 대신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 인도했는데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추억에 남을 인터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느티나무 아래는 정자가 따로 마련돼 있어서 신발을 벗고 올라 앉으니 에어컨 바람보다 더 자연스러운 바람과 공기가 몸을 상쾌하게 감싸줘 옛날 선비가 된 기분이었다. 최희순 부녀회장은 집에 달려가서 손수 커피와 떡을 준비해 왔는데 전 이장은 마을회관에서 인터뷰했더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시켰다며 무척 미안해 했다.

■ 도시와 농촌 서로 이해해야
전 이장은 홍북읍이장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그러나 내포신도시와 공존하는 농촌으로서 함께 모일 때는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포신도시에 이장이 7명이 있고 현지 농촌마을 이장이 28명입니다. 현지 이장들은 농사짓는 일로 대화하는데 거기 이장들은 잘 모릅니다. 모르면 알려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서로 생활패턴이 다르다보니 대화의 맥이 달라요. 도시인들은 도시 이야기하고 한쪽은 농촌 이야기를 하니 서로 통하지 않습니다.” 전학진 새마을지도자는 산업도로 때문에 집이 헐리게 되면서 집 지을 땅을 구하기 힘들다고 했다. 겨우 집 지을 만한 땅을 마련해 군청에 갔지만 거부당했다.

“군청에서 안 된다고 해요. 왜 안 되냐고 했더니 절대농지라며 논 가운데 있는 사진을 보여주는데 5년 전 항공사진이었습니다. 요즘 위성사진을 썼으면 좋겠는데 8~9년 전 도면을 갖고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는 행정도 시대의 변화를 따라 빨리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니/인/터/뷰-내포성인학교 최광묵 교장
외교관 은퇴후 귀촌 문맹퇴치 봉사활동

내포성인학교 앞에서 최광묵 교장.

내포성인학교(교장 최광묵)는 서력마을 입구 야트막한 동산 위에 있다. 2011년 4월 19일 김관순 이사장이 외교관에서 정년은퇴한 남편 최광묵 이사와 함께 청소년수련시설, 재가노인지원서비스업, 사회교육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교육법인이다.

군에 등록된 법인 이름은 ‘내포에듀케이션㈜’으로 설립 초기 충남도교육감으로부터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아 정규학력이 없는 노인들에게 한글을 비롯해 초교과정의 주요 교과목을 가르치며 만학의 기회를 제공했다.

2012년 2월 21일 충남도교육감 초등학력 인정기관으로 지정을 받으면서 초교과정에 입학해 일정한 기간 수업에 참여하면 초졸학력 취득이 가능한 정규학력기관의 지위를 얻었다. 그 후 지금까지 21명이 졸업해 초교 졸업자격을 취득했고, 44명의 어르신들은 한글만 깨치고 중도에 학교를 그만둬 초졸자격을 얻지 못했다.

최광묵 교장은 학교에 나오면서 한글 해독이 가능하게 되자 어르신들이 초등학교 졸업장이 필요 없다며 초등과정 남은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내포성인학교를 통해 한글을 깨친 어르신들이 성경을 읽고 문서작성을 하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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