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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여기 소주 하나요~”홍성읍 오관리 거대한돈
칼집을 내 부드러운 육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거대한돈의 갈매기살.

하루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마음이 가벼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날도 있기 마련이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 과도한 업무, 직장 동료와의 갈등 등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은 부지기수다. 거기에 야근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런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술집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모습도 다양해졌다. 1980년대 즈음으로 기억한다. 한 때 민속주점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주점은 지하에 위치해 있었고, 저녁 어스름할 무렵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알코올 냄새로 인해 벌써 취기가 오른다. 벽에 낙서를 해대고 점점 높아가는 말소리와 노랫소리에 술을 마시는지, 분위기를 마시는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민속주점과 같이 늘 서민의 사랑을 받는 술집이 포장마차다. 주황색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면 속을 따뜻하게 해 줄 우동과, 갖가지 바다 것들이 거칠지만 배려감 넘치는 주인장의 손길이 더해져 우리의 마음을 풀어주고는 했다. 그 포장마차도 시대별로 조금씩 변화를 가져왔다. 요즘은 굳이 주황색 커튼이 아니어도 문을 열고 들어가면 포장마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해 포장마차가 아니면서 포장마차인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홍성읍 오관리에 위치한 ‘거대한돈’은 민속주점과 포장마차의 분위기를 합해놓은 듯한 느낌이다. 황토 마감을 한 벽과 명주실로 감아놓은 북어 등이 민속주점의 그것을, 원형 테이블에 깡통의자가 포장마차를 닮은 듯하다.

‘거대한돈’ 박민수 대표는 홍성이 고향인 서른한 살 총각이다. 박 대표는 금마면에서 자동차 매매·위탁·수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거대상사의 실장이기도 하다.

“이런 일에 흥미를 느껴서 시작하게 됐고 한식과 일식 조리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 일이 재미있다.”

오전 중에 자동차 매매와 관련한 일을 처리한 뒤 오후 5시가 되면 가게로 다시 한 번 출근한다. 주방 이모와 함께 저녁 장사 준비를 한다. 고기 손질도 직접 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갈매기살이다. 여러 번 칼집을 내 씹는 맛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거대한돈에서는 고기주문시 돼지껍데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고기를 먹고 난 뒤 으레 볶음밥을 생각하지만 이 집은 얼큰이칼국수가 인기다. 디포리와 여러 가지 야채를 넣어 푹 끓여낸 육수에 얼큰한 맛의 칼국수는 헛헛한 뱃속을 달래주는데 그만이다. “동네 장사라 소주 가격도 많이 받지 않는다”는 박 대표의 말을 듣고 동네를 둘러보니 주변으로 아파트, 빌라, 주택들이 빼곡하다.

문득 한여름 열대야를 피해 무릎이 툭 튀어나온 추리닝 바지에 누렇게 바랜 흰색 난닝구 하나를 걸치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오는 동네 아저씨가 떠오른다. 뒷머리를 긁적대며 가게 문을 여는 아저씨의 입에서는 아마도 이런 말이 나올 것 같다.

“이모~여기 소주 하나요~”

메뉴: 갈매기살 1만2000원, 소갈비살 1만 2000원, 삼겹살 1만 2000원, 고추장삼겹살 1만 원, 소주 3000원. 영업시간: 오후 5시부터 11시, 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631-6080

김옥선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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