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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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의 의미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8.10.0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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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에 이름이 붙여질 때는 의미, 모양, 비유, 사건(역사.설화) 등을 바탕으로 한다.

용봉산은 홍북읍과 예산군 덕산면에 걸쳐 있다. 고려 때는 북산(北山), 조선에서는 용봉산 팔봉산 등으로 불렸고, 근래 들어 홍성지역은 용봉산, 예산은 수암산으로 정착됐다. 팔봉산은 조선개국공신 이서(李舒)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찾았다는 기록이 있고, 이수광(인조12년)은 ‘지봉선생집’에서 팔봉산은 기암괴석이 많아 작은 금강산이라 부른다.(八峯山多奇石, 世所謂小金剛山云) 이어 용봉사에서 많은 유생들이 공부해 급제했다고 적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따르면 팔봉산內에 용봉사, 청송사, 영봉암 등이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유창이 쓴 보우행장에는 공민왕의 왕사가 됨으로서 홍주가 목으로 승격되는데 직접적 원인이 되었던 태고보우의 사리탑을 청송사에 모셨다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용봉산 꼭대기에 사는 봉황은 땅을 다스렸고, 산 아래 연못의 용은 물을 다스리며 평화롭게 살았다. 어느 해 극심한 가뭄이 들었고 견디다 못한 용이 하늘로 올라가서 하느님께 비를 부탁했다. 시작된 비는 몇 달이 지나도록 그치지 않았다. 물 만난 물고기들은 뭍짐승들의 어려움은 아랑곳 않고 기쁨에 만취돼 교만해졌다. 물고기들의 얌체 짓에 화가 난 뭍짐승들은 봉황에게 사정을 호소했다. 봉황의 명령에 따라 각지에서 모여든 새들은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았다. 결국 봉황과 용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하느님은 봉황과 용을 내쫓았다. 그때의 치열한 싸움으로 흙들이 사라져서 바위만 남게 됐다.(홍성의 마을공동체신앙,1999.)

그동안 필자는 용봉산을 ‘용의 기상과 봉황의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표현해 왔다. 그러나 이름이 팔봉산에서 용봉산으로 정착된 이유가 궁금했다. 위의 기록과 전설을 근거로 용봉산의 의미를 유추해보려고 한다. 흔히 팔봉산하면 글자 그대로 ‘여덟 봉우리’로 이해한다. 그러나 팔(八)을 ‘팔방미인’ 또는 ‘(사방)팔방에서 으뜸’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산이 지녀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이 고장에서 가장 빼어난 산’으로서 이수광의 표현대로 ‘작은 금강산’이 된다.

우리말에서 어떤 대상에게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청하는 것을 ‘빈다’, ‘빌다’라고 한다. ‘빌+다’는 ‘별(별진辰)+다(정동사)’에서 왔다. 비는 것은 다가올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이때 ‘미리’는 ‘미르(용(龍))’에서 온 말이다. 우리민족은 용을 예언자로 생각해서 “~을 용하게 맞춘다”로 표현한다. 용은 땅에서는 깊은 물에 살고 하늘에서는 ‘미리내(은하수)’에서 산다. 용이 하늘로 올라가 미리내에서 살 듯 사람 역시 죽어서 하늘의 땅인 별에서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별 가운데 으뜸인 북두칠성을 뜻하는 ‘칠성판’ 위에 올려놓는다. 이처럼 ‘빈다’는 것의 최종 과녁은 ‘별에 태어나 영원히 살기를 미리 준비 하는 것’으로서 ‘별’과 ‘용’은 묘한 짝을 이룬다. 상서롭고 고귀한 새, 수컷은 봉(鳳)이요 암컷은 황(凰)이라 한다. “봉황은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와서 사해(四海) 밖을 날아 곤륜산을 지나 지주(砥柱)의 물을 마시고 약수(弱水)에 깃을 씻고 저녁에는 풍혈에서 자는데, 이 새가 세상에 나타나면 천하가 크게 안녕하다고 한다.”(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  

따라서 용봉산은 ‘봉황이 날아올라 천하가 크게 안녕하며 미래를 열어주고 죽음을 맞이할 때 하늘의 땅인 별로 인도하는 용의 기운이 충만한 신령한 산’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실의 이익과 권력에 자만하고 도취되어 교만에 빠지면 ‘별 볼일이 없어진다’는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살아서는 봉황이 춤추는 태평성대, 죽어서는 별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완전한 세상을 염원하는 인간의 희망을 담은 용봉산! 전국에서 우리 홍성이 유일하니 어찌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 가벼이 지나칠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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