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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소설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학교에서 급식을 하게 된 이후의 세대들은 점차 독서로부터 멀어져가고 셀폰이나 전자게임과 가깝게 지내지만, 고교평준화 전후의 나이 든 세대에게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만산에 울긋불긋 홍엽이 지고 들판의 오곡백과도 골고루 잘 익어 수고하신 농부들의 즐거운 추수가 시작되면,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하지 않던 사람들조차도 무슨 마력에 끌리듯 책을 들고 불빛 가까이 다가가기 마련이다.

역마살이 낀 팔자는 아니지만 며칠 뒤 주말에 ‘극작’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격조 있고 유서 깊은 전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돼있어 그것으로 여행에 대한 갈증은 조금이나마 면할 수 있으리라. 전주에 가면 경기전으로 가서 태조 이성계의 어진도 보고, 도시의 품격에 딱 어울리는 현대옥의 비빔밥도 먹을 생각이다.

각자 익히고 체득한 저마다의 소리와 매력이 박자는 다를지언정 어울렁 어울렁 감았다 풀었다 얼기설기 더불어 노니는 게 인생 아니겠느냐 하며 잠시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가 되어가는 것이 여행의 진미가 아니겠는가? 전주비빔밥을 잡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입에 괴는 침을 삼켜가며 잘 비벼서 한입 넣는 순간 깨닫게 된다. 한 숟가락 떠 넣는 바로 그 순간 확연히 느껴지는 그 맛은 음식의 중용지도를 미각으로 확인하게 된다. 알맞게 데워진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모양새부터가 마음을 움직여 입맛을 돋워준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곁들여 나오는 남새나 짠지들까지 다소곳하고 수더분하면서 정갈하며 미각은 물론이려니와 시각적으로도 지극히 친환경적이다. 먹을수록 은근하게 오감을 파고드는 그 맛은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떠나고 만나고 먹고 마시는 것만으로는 인간의 복잡 미묘한 내면세계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목석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가을을 견뎌낼 또 다른 뭔가가 필요하게 마련인데 이런 때 돈도 별로 안 들고 아주 편리한 마음 다스리기 방법 가운데 하나가 독서가 아닐까한다. 문득 언젠간 봤던 세계 10대 소설에 대한 글을 집는다. 서머셋 모옴은 세계 10대 소설을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헨리 필딩의 ‘톰 존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스탕달의 ‘적과 후’,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허먼 멜빌의 ‘모비딕’,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지금 다시 보니 문제점이 몇 가지 발견된다. 우선 이 넓은 세상에 영국 작품이 ‘톰 존스’,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이렇게 세 편이나 된다. 또한 고대 그리스, 로마, 이탈리아, 독일, 북유럽, 동유럽, 아랍 세계, 중국이나 인도, 우리나라, 일본, 라틴 아메리카 등지의 걸작들이 빠져있고, 서머셋 모옴이 읽지 못했을 근대의 걸작들이 반영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필자 나름대로 다시 세계 10대 걸작 소설을 꼽아보자면 호메로스 작 ‘일리아스’, 아랍 세계의 작품 ‘아라비안 나이트’, 단테 작 ‘신곡’, 세르반테스 작 ‘돈키호테’,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멕베스’, 나관중 작 ‘삼국지’, 허먼 멜빅 작 ‘모비 딕’, 제임스 조이스 작 ‘율리시즈’, 마르셀 푸르스트 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도스토예프스키 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선정해본다. 헌데 장르를 소설로 국한시킨다면 ‘일리아스’, ‘신곡’,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해당이 안 되는 것 아닌가. 다시 그 자리에 박경리의 ‘토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넣어본다. 아차! 다른 작품들은 단행본인데 ‘삼국지’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토지’는 방대한 대하소설이니 그 자리를 채울 작품을 다시 골라보자.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안수길의 ‘북간도’나 최인훈의 ‘광장’,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넣어서 일단 아쉬운 대로 정리해본다. 이 가운데 미처 읽어보지 못한 ‘마의 산’이나 읽으며 까닭 모르게 시린 가슴 무정한 가을을 버티어보기로 하자.

이원기 <청운대 교수·칼럼위원>

이원기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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