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은 구제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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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은 구제대상이 아니다
  • 광천감리교회 이필준 목사
  • 승인 2019.03.03 09: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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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입국한 이주민은 27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효과적인 이주민정책을 전개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광천감리교회 담임목사인 나는 경기도에서 목회하다 5년 전에 부임했다. 광천의 분위기는 정말 애매하다. 낮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만 보이는데 밤이 되면 외국근로자들만 보인다. 동네 어르신들은 밤이 되면 바깥에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럴까. 길이 어둡기도 하지만 읍내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다니기 때문이었다. 어르신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무서워했다. 나는 이상했다.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를 위해 일해 주는 사람들인데 왜 무서워할까?

당시에 뉴스에서는 필리핀에 관광 갔던 사람들이 한국에서 근로 경험을 한 필리핀 자국 사람에게 테러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에 가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온 사람들은 거의 미국의 팬이 되어 돌아온다. 물건을 사도, 차를 사도 미국제품을 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근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왜 오히려 한국 사람을 미워할까? 그것은 아마도 그들을 힘들게 하고 한국에서의 근로 경험 속에 차별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문화 속에 있는 지역을 어떻게든 교회가 앞장서서 바꿔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민들을 교회에 초청해 식사도 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박사과정을 하느라 워싱톤에 5년 동안 수시로 다니면서 얻은 생각은 우리 교회에서 영어예배를 드려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경험은 없지만 필리핀에 선교하는 교회가 많은데 그들 교회에서 초청할 목사가 있을 것 같아 추천을 받아 마이클 산토토미 목사를 교단초청으로 종교비자를 발급 받아 초청하게 됐다. 마침 우리지역에 홍주교육을 운영하던 권태범 씨가 마일라 자매와 결혼해 광천에 정착한 부부가 있었다. 첫 예배는 마이클목사와 권태범, 송혜란(마일라), 5살 된 권영설, 이렇게 4명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영어예배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8개국의 사람들이 매주일 평균 50-60명이 영어예배를 드린다. 이제는 8~9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외국인들과 서로 인사도 하고, 점심때에는 교회 애찬실에서 함께 식사도 한다. 이주민들도 거리낌 없이 길에서도 아는 척을 하고, 서로 반기며 하나의 문화 공동체를 이뤄가고 있다. 주중에는 단순 노동직의 일들을 하지만 주말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한국생활로 적응해 나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제 지역공동체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동안 등록된 인원만 200여명이 넘었고, 임명받은 집사만 11명이나 된다. 이제는 제법 영어예배가 홍성에서도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변방 같은 광천에 제법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그 동안 영어예배에 다녀간 교인들의 사연도 많다. 네팔 청년 크리슈나는 손을 다쳤으나 한국의 좋은 의료 기술로 많이 회복됐다. 잘생긴 우간다 청년 리차드도 꾸준히 참석한다. 필리핀, 베트남, 몽골, 중국, 그 중에서도 기억되는 교인은 충북 진천에서 새벽에 출발해 여기 광천영어예배에 참석하러 온 브라이언 청년이 있었다. 브라이언은 영어 담당 목사가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필리핀을 여러 해 동안 가지 못했었는데 한국에서 필리핀목사를 모시고 예배를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제는 교회가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영어 예배 멤버들은 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다. 직접 외국어 학원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 교회는 이주민들을 구제하고 도와야하는 대상이라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그들은 돈보다는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 빵보다 믿음을 구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아직도 이주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한국교회 약 3만 명 선교사들은 타민족에 복음을 전하며 파송하고 있다. 그들은 복음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타 문화권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많은 선교지 나라의 사람들을 우리에게 보내줬다. 나그네가 된 그들은 복음을 잘 받아들인다.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베풀면 이국에서의 여러 사정들로 쉽게 감화, 감동 받는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거류민들을 이젠 한국사회가, 한국교회가 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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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경 2019-03-04 02:34:05
목사님 너무 멋지십니다!! 어렸을적부터 정말 존경합니다 !!

황만기 2019-03-03 22:07:15
앞서 가는 다문화 공동체를 주님께 기뻐하시고 역사하군요.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히라" 메시지가 너무도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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